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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름다운 골을 만든다” 베켄바워 예언대로 된 孫

입력 | 2017-05-20 03:00:00

英 칼럼니스트 랍 휴스가 본 손흥민




런던엔 이런 속담이 있다. ‘버스 한 대를 오랫동안 기다렸더니 한꺼번에 두 대가 온다.’

지금 손흥민은 런더너(Londoner)다. 비가 내려 촉촉이 젖은 밤, 손흥민은 두 골을 몰고 나타났다. 마치 그 버스들처럼.

그는 이 골로 유럽 무대에서 한 시즌 20골 이상을 넣은 최초의 한국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최초의 아시아인이 되었다.

첫 골은 아름다웠고 두 번째 골은 대담함 그 자체였다. 자신감이 철철 넘치는 손, 아니 서니(Sonny·우리 영국인들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는 지극히 정밀한 터치와 타이밍을 보여줬다.

손흥민은 경기장에 빛을 밝혔다. 팀에 대한 소속감과 경기에 대한 순수한 즐거움을 담아 토트넘 라커룸을 환하게 밝혀온 것처럼.

그가 차붐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예견했던 모든 이에게 경의를. 아르헨티나 출신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그 영광을 함께 나눠도 된다. 1882년 창단한 토트넘을 최근 60년 동안 가장 멋진 팀으로 만든 그는 손흥민도 잘 조련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포체티노 감독의 방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손흥민은 감히 “저를 교체 선수로 활용하려거든 차라리 다른 팀으로 임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손흥민은 경기장에서의 기회를 갈망했다. 그는 가차 없고 뜨거운 몸싸움이 벌어지는 거친 잉글랜드 축구를 마주하고 싶어 했다.

포체티노의 마음은 움직였다. 그는 이제 막 깃털이 돋은 어린 선수가 날아오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맞다. 속도, 움직임, 집요함을 강조하는 포체티노에게는 이미 리그 최고의 골잡이 해리 케인과 영국의 가장 뜨거운 젊은 피 델리 알리가 있었다.

그러나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비롯한 세 선수를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와 같은 삼각편대로 만들 구상을 했다.

웃기는 소리라고? 손흥민이 2골을 넣으면서 토트넘의 3인방은 이번 시즌에 각각 20골 이상을 넣었다. 케인은 32골, 손흥민과 알리가 21골이다. 이 팀의 역사상 한 시즌에 공격수 3명이 각각 20골 이상을 넣은 것은 처음이다. 98개에 달하는 잉글랜드 전체 프로팀에서도 유일한 기록이다.

손흥민은 당신이 분명히 주목해야 할 선수다. 25세의 손흥민은 잉글랜드 축구에 새로움을 더하고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양발을 다 쓰고 다재다능한 손흥민을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게 하고 있다. 몇 주 전에는 윙 백으로 뛰기도 했지만 이날은 그의 베스트 포지션인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손흥민은 독일의 축구 영웅 프란츠 베켄바워가 예견한 모습대로였다. “손흥민은 단순히 골을 넣는 게 아니다. 그는 골을 만든다. 아름다운 골을.” 베켄바워는 몇 년 전 손흥민을 두고 말했다. “빠르고 역동적인 슈퍼 플레이어다.”

손흥민과 차붐은 모두 역동적이다. 차붐이 육체적으로 강했던 반면, 손흥민은 영리하다. 높게, 낮게, 중앙에서 혹은 왼쪽이나 오른쪽에서 나오는 그의 골과 동작은 팬과 수비수 모두 예측하기 불가능하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에게 이번 시즌 33경기 중 8번밖에 풀타임 출전을 시키지 않았다. 우리는 가장 뛰어난 한국인 선수가 모든 경기에서 풀타임을 뛸 수 있는 체력을 갖출 때를 기다리고 있다.

※랍 휴스는 영국 더타임스,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기고해온 세계적인 축구 칼럼니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