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밀이 18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 1라운드 16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뒤 고급 외제승용차를 부상으로 받고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제공 |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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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콤오픈 ’행운의 사나이’의 애절한 사연
美 좌절·부상 딛고 한국 무대서 재기 꿈
“日투어, 부모님 도움 안 받아도 돼 기뻐”
“차 팔아서 그 돈으로 일본투어에 도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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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하늘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총상금 12억원) 첫날 ‘행운의 사나이’가 탄생했다. 루키 정한밀(26)이다.
“내가 한다. 잘 봐∼.” 정한밀은 동료들 앞에서 어깨에 힘을 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는 178야드 거리의 16번홀(파3)에서 6번 아이언으로 공을 힘껏 때렸다. 쭉 뻗어나가던 공은 그린에 떨어졌다.
“컨트롤을 해서 낮게 날아간 공이 핀 쪽으로 향했다. 잘 붙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이 보이지 않아서 ‘혹시나’ 했다. 실제로 홀인원이 됐다.”
3000분의 1 확률을 뚫고 홀인원을 기록한 정한밀에게는 큰 경품이 주어졌다. 1억600만원 상당의 고급 외제승용차다. 뜻밖의 행운에 그의 얼굴에선 웃음이 가시질 않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정한밀은 “이 차를 팔아 투어경비로 쓰겠다”며 애절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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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밀이 귀국한 것은 3년 전이다. 그때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또 다른 시련을 맞았다. 골프와 함께 축구에 푹 빠져있던 그는 다리를 크게 다쳤다. 워낙 축구를 좋아해서 어렸을 때는 축구선수를 꿈꿨다. 그는 “다리를 다친 뒤 운동을 계속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 순간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 뒤로 골프에만 전념했다”고 돌아봤다.
다시 마음을 잡았다. 미국 진출의 꿈도 잠시 접어두고, 한국에서 먼저 프로생활을 하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KPGA 퀄리파잉토너먼트를 10위로 통과하면서 올해부터 코리안투어 무대에서 뛸 수 있게 됐다. 고생 끝에 처음 찾아온 작은 성공이었다.
정한밀은 올해 또 다른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무대 도전이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던 그는 올해 투어에서 돈을 벌어 일본 진출 시 투어경비로 쓸 계획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찾아오면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었다. 정한밀은 “하늘의 뜻인 것 같다”며 기뻐했다.
영종도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