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처장들에게 물어보니
상당수 대학의 입학처장들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전 과목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변별력 확보를 위해 다른 전형 요소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3월 열린 대입 설명회에서 전문가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의 모습. 동아일보DB
○ 동점자 변별 장치 필요
문 대통령은 현재 중학교 3학년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1학년도 수능부터 전 과목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이를 통해 고교 현장의 지나친 경쟁과 문제 풀이식으로 진행되는 고교 수업을 정상화하겠다는 것.
현재는 같은 등급이어도 영역별 표준점수, 백분위 등이 성적표에 기재되기 때문에 등급뿐만 아니라 영역별 점수도 전형에 사용되고 있다. 반면에 등급만 표시되는 절대평가는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동점자가 대거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변별을 위한 새로운 전형 요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A대 입학처장은 “동점자를 가리기 위한 새로운 전형 요소는 불가피한 데다 각 대학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방안을 마련하면 학생들은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능 절대평가로는 현재 수능 점수 위주의 정시모집 시스템 운영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 모집단위에 지원하는 학생의 성적은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수능 등급만으로는 합격, 불합격을 가리기 어렵다는 것. B대 입학처장은 “의대를 예로 들면 절대평가로는 대부분 1등급 학생이 지원할 것으로 보여 수능 성적 위주인 정시 전형으로는 학생을 선발할 방법이 없다”며 “그렇다고 학생부 비중을 높이면 현행 수시와 차이가 없어져 고민”이라고 말했다.
○ 재도전 기회 봉쇄 우려도
수능 절대평가에 문 대통령이 검토 방침을 밝힌 고교 내신 절대평가까지 도입되면 입시에서의 변별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대학 입학처장은 “고교 교육 정상화라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만약 수능과 내신 모두 절대평가가 되면 입시에서는 너무나 황당한 상황”이라며 “일부에서는 전혀 선발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절대평가로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면 사실상 수능 성적 중심의 전형이 사라지게 되고, 대통령의 공약대로 논술전형을 폐지하게 되면 고교 생활에 집중하지 못했던 학생들의 재도전 기회를 봉쇄한다는 우려도 크다. D대학 입학처장은 “현행 체제가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 수능전형 등으로 학생들에게 4가지 기회를 주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학생이 4가지를 모두 해야 해 부담이 커진다는 식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대입 제도를 지나치게 줄여놓으면 획일적인 인재만 대학에 입학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수능 개편안과 함께 고교 내신 절대평가 전환 여부를 7월에 결정할 계획이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