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사람 중심 경제’… 총론 아름답지만 각론이 문제 국민 동의 구하는 절차 빠진 10조 일자리 추경 편성은 구시대 잘못된 관행 아닌가 공공부문 우선 개혁 없이는 재벌개혁 절대 성공 못 한다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선거운동 때 이미 밝혔지만 J노믹스로 불리는 문재인 경제정책은 ‘사람 중심 경제’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헌법 10조)하고 일할 권리(헌법 32조)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헌법 34조)가 보장된 사람 중심의 경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고 균형 있는 성장과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 및 시장지배력의 남용을 방지해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겠다는 말이다(헌법 119조). 일자리와 소득, 교육, 의료, 안전, 보육, 환경, 이 모든 것이 사람을 위한 것이고 따라서 국가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주어지는 것은 맞다. 여기까지의 총론에 이의나 토를 달 사람은 없다. 문제는 각론이다.
J노믹스의 첫 단추는 대규모 재정자금의 추가 편성 집행일 것으로 보인다. 소위 10조 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 편성이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10조 일자리 추경’ 언급이 윗선의 재가를 받은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재가를 받은 것이라면 어디에 얼마를 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도 않고 불쑥 10조 원 추경을 편성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가 경제정책 추진의 중추기관으로서 재가 없이 발표하는 것은 더욱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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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지출이 10원이든 10조 원이든, 3.5% 증가든 7% 증가든 상관없이 국민 설득이 우선돼야 한다. J노믹스의 첫 번째 성공 조건이다. 41% 득표에다 557만 표 차의 압승이라고 하지만 유권자 총 4250만 명의 69%인 약 2932만 명과 투표자의 59%인 약 1931만 명의 국민은 지지하지 않았음에 조금은 유념해야 한다. 단순 다수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추경과 국가 재정을 쉽게 본다면 독선적 과거 정부와 전혀 다를 바 없다.
과거 보수정부가 시장만능주의에 빠져 실패했다면 J노믹스가 빠지면 안 되는 함정은 정부만능주의다. 민간 부문도 완전하지 않지만 정부도 만능이 아니다. 민간 부문이 잘하는 부문은 민간 부문에 맡겨둬야 한다. 속성상 민간 부문이 잘하지 못하는 부문이 있다. 공정하고 투명하며 공동체적인 거래를 하는 것이 그렇다. 재벌 등의 불공정거래가 대표적이다. 그런 분야는 반드시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
그러나 그 또한 국가, 즉 행정부와 사법부와 의회가 모두가 동시에 공정하고 깨끗하며 투명하지 않다면 국민 편에서는 도긴개긴일 뿐이다. 전한 왕망의 신나라 개혁정책이나 북송 왕안석의 신법개혁은 내용이 틀려서가 아니라 순서가 틀려서 실패한 것이다. 먼저 자신(공공 부문)을 수신제가(개혁)하고 나서 국가(민간 부문과 시장)를 다스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실패 원인이었다. 규구준승(規矩準繩·모범 또는 잣대)이 바르지 않으면 어떻게 제대로 측량이 되겠는가.
재벌개혁을 주도하는 공공 부문에서 전폭적이고 지속적인 지지와 신뢰를 얻으려면 공공 부문의 개혁이 반드시 먼저 이뤄져야 한다. 공공 부문의 우선 개혁 없이는 재벌개혁은 절대로 성공하지 못한다. 이것이 J노믹스의 두 번째 성공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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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