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1회 성년의 날’ 맞았던 1953년생 3人, 청년에게 주는 메시지
최경민 씨(19·여)가 물었다. 부산 신라대 국어교육과 2학년인 최 씨는 15일 ‘성년의 날’의 주인공이다. 중학교 국어선생님이 되고 싶지만 1998년 1월에 태어난 ‘IMF(국제통화기금) 세대’인 그가 생각하는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최 씨는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취업이 안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며 ‘인생 선배’에게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1973년 법정 기념일로 지정된 성년의 날이 올해 45회째를 맞았다. 당시 성인 기준인 만 20세 나이(1953년생)로 1회 성년의 날을 맞이한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과 이민규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연예인 배철수 씨가 최 씨를 위해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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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을 먹여 살리려 곧바로 장사를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졸업 직후였죠.”
최 회장은 스무 살이던 1973년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에게 성년의 날은 돈을 벌기 급급한 날들 중 하루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괴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저는 언젠가 국내 최고의 기업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웃음)”
그가 가슴속에 늘 품고 있는 말이 있다. 열다섯 살 때부터 3년간 그를 가르친 권투 코치의 “야 인마, 3분만 참아봐”라는 말이었다. 사각의 링에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그에게 코치는 이 말을 수없이 건넸다고 한다. 환갑을 넘긴 지금도 코치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6·25전쟁 막바지에 태어난 최 회장은 보릿고개도 경험하며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그를 지탱한 것은 학업을 포기하면서도 놓지 않은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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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의 큰손이 된 그는 아무리 힘들어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어른이 돼야 한다고 당부한다. “꿈은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3분은 언젠가는 지나갑니다.”
○ “자신만의 철학으로 현재를 살자”
“저는 스무 살에 ‘어떤 어른이 돼야겠다’는 생각도 못 했어요. 얼떨결에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고, 교수가 됐죠.”
이 교수는 젊은이들이 치열하게 순간순간마다 고민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의 인생철학을 세우라는 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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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른’이란 자기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닥치지만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자꾸만 주변을 탓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자기만의 철학을 가진 사람이죠.”
그렇기에 고통스러운 순간도 기회가 된다. “똑같이 실연을 당하고도 어떤 사람은 폐인이 되고 어떤 사람은 시인이 됩니다. 인간이 위대한 건 외부 자극에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거든요. IMF 세대들이 자극을 하나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어른들 말, 듣지 마세요”
“어른들 말을 듣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끊임없이 찾으세요. 그리고 그대로 하세요.”
배 씨의 당부다. “제 막내아들도 올해 성년의 날을 맞이하네요. 사실 저는 아들에게도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잘 하지 않거든요.”
‘서른 살 먹은 사람의 말은 믿지 말라.’ 록가수였던 20대의 그에게 이 말은 정언(正言)과도 같았다. 그의 삶도 이 말을 지키는 삶이었다고 했다. 청년일수록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고 그러면서 바로 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그가 주장하는 이유다.
“세상이 바뀌고 패러다임이 바뀌었어요. 나도 어느덧 ‘꼰대’가 됐지만 젊은 친구들에게는 서른 살 먹은 사람의 말은 듣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사회 발전을 위해서라도 좋은 어른의 기준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배 씨는 “기성세대를 부정하고 뛰어넘을 때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