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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긴다면

입력 | 2017-05-11 03:00:00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왼쪽)와 북악산 기슭에 위치한 청와대는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북한의 공격을 가상했을 때 타격받을 확률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동아일보DB

주성하 기자

이제 나의 중요 관심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언제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겨 올지다. 통일부 출입기자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일하는 처지에서 청와대가 이곳으로 옮겨 오면 당장 매일 출근길 검문검색부터 까다로워질 게 뻔하다. 대통령 교체로 내 삶에 변화가 있음을 직접 피부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청와대 이전은 오래전부터 대통령 후보의 단골 공약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광화문 정부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지만 끝내 옮기지는 못했다. 2002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은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를 만들어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모두 없던 일이 됐다. 경호와 교통체증, 민원인 불편, 예산 등 여러 이유에서였다.

경호나 교통체증 등의 문제에 더해 정부청사가 안보 측면에서도 약점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처음 정부청사에 와서 22층 옥상에 올라가 주변을 둘러볼 때 “북한 포탄 날아오기 딱 좋은 위치”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북한이 장사정포와 방사포 사거리를 기를 쓰고 60km로 늘린 것은 서울을 타격하기 위해서다. 개성 송악산 뒤에 숨은 북한 장사정포 부대가 서울을 향해 최대 사거리로 쏘면 대략 광화문까지 포탄이 도달한다.

정부청사는 중요도를 따지면 당연히 북한의 1차 집중 타격 대상에 포함된다. 더 문제는 정부청사가 하필이면 북한산과 북악산을 넘어온 북한 포탄의 예상 낙하지점의 맨 앞에 있는 고층 빌딩이라는 점이다. 따로 목표를 정하지 않고 서울 도심을 향해 포를 마구 쏘더라도 포탄을 맞을 가능성이 가장 큰 지점이란 뜻이다. 포탄은 요격도 할 수 없다. 나아가 포탄뿐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과 폭탄 공격에도 아주 취약하다. 반면 현 청와대는 북악산이 방패처럼 막고 있어 북한의 포·미사일 공격에 안전하다.


이 때문에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청사에 둔다는 것은 북한의 포문 앞에 대한민국의 운명을 내맡기는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혹시라도 북한이 어느 순간 이성을 잃고 서울을 공격하게 된다면 자칫 청와대 벙커(위기관리센터)에 들어가 비상대책회의를 열 틈조차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에 전쟁이 일어날 일이 없다고 확신할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믿고 있다. 그래서 정부청사 내에서도 북쪽 벽에 붙은 자리에 앉아 일을 하고 있지만 북한의 첫 타격에 당할 수 있다는 우려는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통령 집무실은 정말 만에 하나 일어날 만한 상황에도 충분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에선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도 100% 장담할 수는 없다. 한 번 옮겨 온 대통령 집무실은 문 대통령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정부에서도 계속 써야 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광화문 정부청사로 집무실 이전 공약을 내걸며 “365일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 취지엔 충분히 공감하고, 광화문으로 집무실을 옮기면 그 나름의 장점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광화문에서 14년 일한 경험에 비춰 볼 때 광장 옆에 살면 오히려 귀를 더 닫게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광화문광장에서 다양한 집회가 수시로 열리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지 들리지도 않고 귀만 어지러울 때가 잦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 매일 소음에 익숙해지다 보니 밖에서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귀를 꽉 닫고 내 일에 집중하는 습관이 저도 모르게 생겨났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려는 곳이 정부청사 본관일지, 그 옆 별관일진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청사에서 길 건너 빤히 내려다보이는 경복궁 안의 고궁박물관도 이전 후보지로 거론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경호를 하기에는 최악의 장소로 보인다. 정부청사 별관에 상주한 외교부 직원들은 대통령이 그곳으로 오면 건물을 통째로 빼서 이사 가야 한다는 소문에 벌써부터 뒤숭숭하다. 집무실이 본관으로 온다면 2개 층을 사용하고 있어서 방을 빼 봐야 집무실 만들 자리도 나지 않는 통일부보다는 정부청사의 반을 사용하는 행정자치부가 옮겨 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행자부는 종종 타 부서 공무원들의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부 부처 지방 이전 때 ‘칼자루를’ 잡고 다른 부처는 다 지방에 내려보내면서, 정작 굳이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는 자기들만 남았다는 것이다.

누가 방을 빼야 하든, 일단 광화문을 벗어날 공무원들은 지긋지긋한 소음과 출입 불편에서 해방됐음을 그나마 작은 위안으로 삼아야 할 듯하다. 북한의 제1순위 공격 목표에서 벗어난 것은 덤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