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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정치 컨설턴트의 충고

입력 | 2017-05-10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에게 선거 전략에 대한 조언을 하는 정치 컨설턴트라는 직업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하다. 정치 컨설턴트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고, 전문직업으로서 체계를 잡고 세상에 소개한 사람은 누구일까? 미국의 조지프 나폴리탄(1929∼2013)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비롯해 린든 존슨 대통령,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 등 수많은 정치인에게 조언했을 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의 정치인들도 그에게 선거 컨설팅을 요청했다.

그가 정치 컨설턴트로서 처음 일을 시작한 것이 1956년이었다. 30년이 되던 1986년을 기념하여 그는 ‘정치 컨설턴트로서 30년 동안 배운 100가지’라는 문건을 발표한다. 나폴리탄과 교류했던 정치 컨설턴트 김윤재 변호사는 이 문건에 그 이후의 사례 등 상세한 주석을 달아 ‘정치 컨설턴트의 충고’라는 책을 2003년 번역하여 낸 적이 있다. 발표된 지 30년이 지난 문건이지만, 얼마 전 이 책을 다시 읽으며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첫째,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왜 출마하는지에 대해 출마의 변을 발표하곤 한다. 이는 사실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실수와 관련이 있다. 1980년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에게 도전하며 예비경선 참여를 선언했던 그는 “왜 상원의원께서는 대통령에 출마하려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머뭇거리다 결국 횡설수설하고 말았다. 가장 중요한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그는 결국 대통령의 꿈을 접어야 했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는 아니지만, 이 일화는 직장인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직장 입사 인터뷰, 혹은 직장 내 새로운 역할에 지원하거나 승진을 요구할 때, “왜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여야 하는지”라고 물으면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인가. 내가 하는 일 혹은 하고자 하는 일과 관련해 내가 갖는 차별성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자신만의 전문성을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왜 나의 고객들은 나와 일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변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에 대해 생각해보는 과정은 자신의 차별적 전문성을 돌아보게 한다.

둘째, 나폴리탄은 누군가가 험담을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언을 한다.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누군가가 내게 와서 제3자가 내 험담을 했다고 전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도 날 텐데, 과연 정치의 고수 나폴리탄은 어떻게 조언할까.

그는 다음 네 가지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한다. 설사 누군가가 내 험담을 했다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나에게 전해진 부분은 전체 맥락에서 일부만 따서 전해진 것일 수 있으며, 말을 전하는 사람이 당신을 자극하기 위해 과장했을 가능성도 있고, 마지막으로 제3자가 말하고 나서 후회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지나치게 삼자에 의해 전해진 험담에 과민 반응하지 말라고 한다. 실제 험담을 전하는 사람들은 정말 그 사람을 위해서 전하는 경우보다는 과장해서 전하는 경우가 많다. 과민 반응하면 혼자서만 속상해지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신경 쓰지 않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우리를 공식적으로 비방하고 우리에게 확실한 피해를 주는 경우는 어떨까. 나폴리탄은 옛 정치 속담을 인용하여 냉정하게 조언한다. “화내지 말고 똑같이 갚아 주어라”라고.

셋째, 그는 승리보다는 패배를 통해 선거 캠페인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한다. 승진이 늦춰지기도 하고, 상사나 고객에게 제안한 아이디어가 거절당하는 경험도 한다. 팀원들을 제대로 리드하지 못해 좌절하기도 한다. 누구나 실패를 하지만, 차이를 만드는 지점은 이러한 실패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면서 크고 작은 전환점들을 내 삶 속에 만들어 가는가, 아니면 그저 실패의 경험을 외면하려고만 하는가이다.

김윤재 변호사를 통해 나폴리탄에 대해 들은 것 중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그가 평소 젊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노력해왔다는 점이다. 나는 직장이나 삶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인가. 나폴리탄은 국내에서 펴낸 책 인세도 좋은 곳에 기부하도록 출판사에 부탁했다고 한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