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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명품 바이올린의 소리는 현대 악기와 정말 다를까. 17세기에 출생한 이탈리아 장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스트라디바리우스’는 현대 악기와 달리 전 음역의 소리가 균형을 이루며, 음량이 크고 음색이 예리해 소리가 잘 퍼져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수십 억 원을 호가하는 세계적인 명기(名器)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연주자와 청중 모두 오래 된 스트라디바리우스보다 현대의 새 바이올린 소리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로디아 프리츠 프랑스 피에르마리퀴리대(파리 제6대) 장르롱달랑베르연구소 교수팀은 스트라디바리우스 3대와 새 바이올린 3대를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8일자에 발표했다. 프리츠 교수는 “대부분은 스트라디바리우스와 새 바이올린의 소리를 구분하지 못했고, 새 바이올린의 소리가 더 풍부하고 듣기 좋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현악기는 300~400년 후 진가를 발휘한다는 기존 정설을 뒤집는 결과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현재 세계적으로 약 650대가 남아 있다.
연구진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300석의 음악홀과 미국 뉴욕에 위치한 860석의 음악홀에서 각각 음악에 식견이 있는 청중 55명과 82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6대의 바이올린 중 무작위로 2대의 악기를 선택해 들려준 뒤 어떤 악기의 소리가 얼마나 더 듣기 좋고(조음과 음색), 얼마나 더 청명하게 잘 울려 퍼지는지(음향 방사도) 조사한 것이다. 연주는 이지아 수잔느 하우, 다츠키 나리타 등 7명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맡았다. 연주자들 역시 안대를 착용해 악기를 구별하지 못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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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스트라디바리우스의 가치를 둘러싼 논쟁은 오래도록 끊이지 않았다. 정확히 어떤 점이 다른 바이올린과 다른지 밝혀지지 않았던 탓이다. 지난해 타이환칭 대만국립대 화학과 교수팀은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목재 성분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한 바 있지만 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