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앱 25개중 10개 위조 탐지 못해
동아일보가 4일 스틸리언에 의뢰해 국내 시중은행 등의 금융 앱 25곳의 해킹 방지 수준을 분석한 결과 보안이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모바일 금융거래가 급증하면서 금융 앱이 쏟아져 나오면서 해킹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스틸리언은 대표적인 해킹 방지 기술인 소스코드 난독화와 위·변조 탐지 여부를 살펴봤다. 실험 대상 앱은 은행 앱 2개와 송금·간편결제 앱 8개, 카드 앱 1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출 △P2P(개인 간 거래) △크라우드펀딩 △자산관리 △비트코인을 검색해 상위에 노출되는 앱 25개로 정했다.
광고 로드중
금융 앱들은 위·변조에도 취약했다. 정상 앱은 위·변조가 되면 이를 탐지하고 작동을 중지한다. 하지만 조사 대상 앱 중 10개는 위·변조가 된 뒤에도 평소대로 작동됐다. 이 중에는 100만 건 이상 다운로드된 결제 앱, 50만 건 이상 다운로드된 금융회사 앱도 포함됐다.
분석팀은 은행 앱 1개를 대상으로 위·변조 탐지 기능을 피하는 ‘우회 기법’을 시도했다. 이 결과 5, 6시간 만에 탐지 기능이 무력화됐다. 이희조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기본에 속하는 소스코드 난독화와 위·변조 탐지조차 하지 않았다는 건 보안에 그만큼 덜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금전 거래에 쓰이는 금융 앱 해킹은 개인정보 유출과 금전적 손실 등의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해커가 ‘해적판(불법) 앱’을 유포해 스마트폰을 감염시키거나, 기존 앱을 통해 서버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빼낼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엔 한 ‘화이트 해커(보안 취약점을 알리기 위해 해킹을 시도하는 선의의 해커)’가 인도의 대형은행 앱에서 고객들의 잔액 전액(250억 달러)을 빼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안에 대한 금융회사의 인식과 투자는 ‘핀테크(금융기술)’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9586개 회사 중 정보기술(IT) 예산에 정보보호 예산을 5% 이상 편성한 곳은 1.1%에 그쳤다.
광고 로드중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