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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기획W] 한국야구 최초 독립리그의 명과 암

입력 | 2017-04-28 05:30:00

사진제공|한국스포츠인재육성회


24일은 한국야구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이날 연천 미라클과 저니맨 외인구단, 두 독립구단의 격돌을 시작으로 한국야구는 사상 첫 독립리그(한 시즌 20경기)를 품에 안게 됐다. 더불어 지난해 12월 창단한 파주 챌린저스를 합하면 총 3곳의 독립구단에서 80여명에 이르는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 한 번 더 기회를…기적 꿈꾸는 보금자리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지만, 독립리그가 지닌 의미는 남다르다. 실패를 맛본 이들이 한 번 더 기회를 얻고 꿈을 이어갈 수 있는 장이 바로 독립리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산 신성현(고양 원더스 출신)과 한화 김원석(연천 미라클 출신) 등이 독립구단에서 눈물 젖은 빵을 곱씹고 KBO리그에 진출해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다.

두산 신성현-한화 김원석(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2015년 창단해 3팀 가운데 형님격인 연천 미라클은 현재 25명으로 선수단을 꾸려 ‘미라클(기적) 실현’에 나섰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스타인 ‘사구왕’ 김인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 연천 미라클은 안정적으로 팀을 갖춰나가는 모습이다. 연천군으로부터 연간 2억원 가량의 운영비를 후원받고, 최신식 시설을 갖춘 연천베이스볼파크를 홈으로 사용하면서 흔들림 없는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NC 출신의 주장 외야수 유지창, ‘풍운아’ 최향남과 함께 오스트리아 무대를 밟았던 투수 황건주 등 다양한 이야기를 지닌 선수들이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

‘저니맨’ 최익성 대표 겸 감독이 손수 공을 들인 저니맨 외인구단은 팀 이름이 연상되듯 17명으로 단출한 외인부대를 꾸렸다. 2016년 창단 초기엔 재활과 육성 등 아카데미 형식이 짙었지만, 규모가 커져 독립구단 형태를 띠게 됐다. 최근엔 KBO리그에서 뛰었던 김상현(전 kt)과 유창식(전 KIA)이 합류해 전력을 향상시켰다. 각기 불미스러운 일로 그라운드를 떠났던 둘은 이곳에서 유니폼을 다시 걸쳐 입고 재기에 나섰다.

불미스러운 일로 그라운드를 떠났던 김상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상현은 24일 독립리그 개막전에서 저니맨 외인구단 소속으로 참가해 복귀전을 치렀다. 목동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 아직은 험난한 완성형 독립리그로 가는 길

부푼 꿈을 안고 출발한 독립리그. 그러나 완성형 구조로 가는 길은 험난할 전망이다. 우선 파주 챌린저스가 운영 문제를 이유로 같은 배에 탑승하지 않으며 독립리그는 단 2팀이 참가하는 반쪽자리 리그로 전락했다. 최대 갈등은 25인 엔트리 문제였다. 현재 선수단 규모가 40명에 이르는 파주 챌린저스의 경우 25인 엔트리로 리그에 나설 경우 일부 선수들이 경기에 뛸 수 없다. 이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지만, 결국 참가가 불발됐다.

또 하나의 관건은 운영의 연속성이다. 3팀 모두 앞서 중도포기한 고양 원더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각오지만 비용문제는 향후 연속성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 3팀은 각기 유니폼 광고, 구장 광고, 단체 후원 등을 통해 선수단을 꾸리고 있다. 그러나 한 해 수억 원이 드는 운영비를 모두 감당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독립리그 선수들은 각자 생활비를 내면서 꿈을 이어가는 현실이다. 한 독립리그 관계자는 “이제 첫 발을 뗀 시점이라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많지만 서로 노력해 선수들이 야구만 걱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겠다”면서 “‘제2의 신성현’, ‘제2의 김원석’이 나오기 위해선 야구계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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