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대통령 주변을 도로에 비유했다. ‘집권 초기에는 마주 오는 차들만 보인다. 나를 봐 달라고 경적까지 울린다. 중반에 접어들면 오는 차도 있고 가는 차도 눈에 띈다. 임기 말이 되면 모두 떠나는 차들뿐이다. 행여 붙잡힐세라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 도망가는 차들도 적지 않다.’ 오죽했으면 노 전 대통령이 정권 말에 자신만 말하고 아무 토론이 없던 청와대 회의를 끝낸 뒤 이렇게 탄식했을까. “오늘도 원맨쇼 했네.”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단골 성형외과 의사였던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 씨가 25일 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굉장히 외로워했다”고 증언했다. 청와대를 드나들며 박 전 대통령의 개인적 고민 등을 나눴고 관저 침실에 들어가 대화도 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혼밥’을 먹는 이유에 대해 ‘부모님을 잃은 뒤 소화기관이 안 좋아 밥을 잘 못 먹는다’고 설명했다고도 한다. “국민 여러분이 가족이고 일하느라 외로울 틈이 없다”는 박 전 대통령의 말은 더없이 외롭다는 뜻으로 새겨들어야 했던 것 아닌가 싶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