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철 고려대 노어노문과 교수
20대 중후반은 지적 호기심이 가장 왕성하고 모험심도 가장 큰 시기이다. 그런데 우리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할 즈음부터 또 몇 년을 창의력, 사고의 심화는 물론이고 현장 직무능력과 거의 상관이 없는 시험 준비에 매달려야 한다.
정부는 계속 일자리 확충 계획을 발표했지만 청년 실업은 계속 심각해지고 있고, 대선 주자들이 얘기하는 일자리 창출 계획도 구체적 실현성이 크게 떨어진다. 우리 경제가 2%대 저성장에 멈춰 있고, 노동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젊은이들이 취업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어떤 기준의 시험이나 테스트라도 통과하기 위해 몇 년의 시간을 쏟으며 다시 입시생 같은 생활을 하는 현실은 저절로 바뀔 수가 없다. 젊은이들이 취업 준비를 하면서 자신의 잠재력과 취업 후 써먹을 수 있는 현장 적응이 가능한 지식을 배울 수는 없을까 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보았다.
몇몇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50만 원의 청년수당과 회사와 정부 지원을 합쳐 100만∼150만 원을 지급하면 교육 기간의 경제적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이미 몇몇 전문가가 제시한 바와 같이 ‘취준생’들이 바로 혁신중소기업을 선택하는 경우에는 몇 년간 정부 예산으로 임금과 연금을 일부 부담하는 방법도 좋은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실현되지 않는 취업을 위해 자신의 잠재력 계발이나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직무적성검사 준비’ ‘자소서 잘 쓰기’를 위해 재수학원 같은 중간 지점에서 몇 년씩 젊음을 낭비하지 말고, 기업과 정부가 나서서 젊은 두뇌들이 녹슬지 않고 계속 자신과 사회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며 진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구상해야 하고, 대선 주자들도 좀 더 현실을 감안한 단계적 정책들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허승철 고려대 노어노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