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국어국문학
‘나는 새를 본다.’ 이 문장에 틀린 맞춤법이 있는가. 당연히 없다. 문제는 의미다. 이 문장만으로는 ‘내가 새를 본다’는 것인지 ‘날아가는 새를 본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아주 이상한 맞춤법이질 않은가. ‘나는 새를 본다/날으는 새를 본다’로 구분해 적으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춤법에서는 ‘나는’을 ‘날으는’으로 정하지 않는다. 왜 그런가.
맞춤법은 우리 머릿속 규칙들을 반영한다 하였다. 그 규칙은 우리가 실제 어떻게 말하는가와 관련되어 있다. 우리 머릿속에 있는 규칙은 일반적 원칙이다. 하나의 단어에만 적용되는 것은 규칙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말하는가와 일반적 규칙이라는 이 두 가지는 왜 ‘날으는’을 맞춤법으로 정하지 않는지를 제대로 말해 준다.
그렇다면 ‘날다’와 비슷한 모양을 갖는 단어들을 우리는 어떻게 말하는가. ‘날다’에서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은 ‘날-’이다. 이 ‘날-’로만 쓸 수 없기 때문에 편의상 ‘-다’를 붙여 놓은 것이다. ‘날다’처럼 ‘ㄹ’로 끝나는 동사들을 떠올려 보자.
갈다, 걸다, 굴다, 널다, 놀다, 돌다, 알다, 얼다, 울다, 풀다, 밀다, 살다, 말다, 빌다, 벌다….
국어에는 ‘ㄹ로 끝나는 동사’들이 정말 많다. 일단 이 단어들에 ‘-는’을 붙여 보라. 우리가 어떻게 말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거기서 우리의 말하기에 적용된 규칙을 찾아보자.
가는, 거는, 구는, 너는, 노는, 도는, 아는, 어는, 우는, 푸는, 미는, 사는, 마는, 비는, 버는….
중요한 것은 맞춤법 때문에 ‘가는, 거는, 구는’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모두 그렇게 말하기 때문에 ‘가는, 거는, 구는’이 맞춤법으로 규정된 것이고 ‘나는’ 역시 이런 규칙에 따라 맞춤법이 규정된 것이다. 자신의 말을 살펴야 맞춤법을 제대로 알 수 있다.
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국어국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