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딛고 어린이집 근무 김정연씨 가르치려 하기보다 눈높이 맞춰줘 아이들 “책 읽어 주세요” 다가서며 장애인을 자연스럽게 대하게 돼 지적장애인 사회적응에도 큰 도움
17일 서울 서대문구 우리어린이집에서 발달장애인 보육도우미 김정연 씨가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것을 지켜보며 조언을 해주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우솔반에는 ‘미운 일곱 살’이라고 불릴 만큼 활발한 나이의 아이들이 스무 명 있다. 예전에는 보육교사들이 하루 종일 돌봐도 정신이 없었지만 김 씨가 온 뒤로는 한결 여유가 생겼다. 김 씨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식사를 안내해주고, 근처 인왕산으로 야외활동을 갈 때 인솔도 돕는다. 특히 섭식장애나 자폐증세가 있는 아동 세 명을 신경 써서 돌보는 게 김 씨가 주로 하는 일이다.
일반인보다 지능은 낮지만 아이들에게는 인기가 높다. 김영숙 원장은 “일반 교사와 달리 김 씨는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기보다 같은 눈높이에서 놀아준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도 김 씨는 나무블록을 조립하는 아이들 곁에서 함께 여러 모양으로 블록을 이어 붙였다. 한 아이는 “선생님과 같이 놀면 재미있어요. 그런데 (블록) 만드는 건 제가 더 잘해요”라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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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에서는 올해부터 김 씨와 같은 장애인 보육도우미 다섯 명이 활동하고 있다. 김 씨는 서대문구가 보건복지부 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고용한 보육도우미다. 복지부, 서울시, 서대문구가 김 씨의 월급 67만6000원을 나눠 부담한다. 현재 월 56시간 영유아 보육 보조업무를 하는 장애인은 전국에 아흔 명. 서울에는 김 씨처럼 주 40시간 또는 20시간씩 일하는 보육도우미가 여섯 명 더 있다.
물론 많지는 않은 수다. ‘돌봐야 할 사람이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며 자리를 주기 꺼리는 어린이집이 적지 않기도 하다. 김 씨도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주어야 할 간식을 자신이 먼저 먹거나, 교실에서 멍한 표정을 짓는 일도 있었다. 안전사고 대처능력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보육교사들 및 구립장애인복지관의 담당 사회복지사들의 지속적인 보살핌으로 정착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린이집 인력난을 해소하는 동시에 장애인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어린이집은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일이 많은 만큼 서대문구는 앞으로 지체장애인보다 발달장애인을 주로 채용할 예정이다. 바리스타, 제과·제빵 등에 한정된 발달장애인 일자리를 다양화하는 방법이다. 또 공공 또는 민간 일자리를 가진 발달장애인의 임금이 전체 취업 장애인의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도 있다. 서대문구는 내년에 자체예산을 더 투입해 장애인 보육도우미 교육과정을 강화하고, 이들을 장애통합어린이집이 아닌 일반 민간어린이집에도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