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한미동맹, 정권 따라 흔들리지 않는다는 상호신뢰 있어야

입력 | 2017-04-18 00:00:00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회담을 갖고 북한을 향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의를 시험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경고했다. 최근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행동이 북한을 향한 메시지였음이 분명하며 북한도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미국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압박이다. 그는 비무장지대(DMZ)를 찾아서도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며 미국의 대북정책이 인내에서 개입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한반도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에서 그의 방한은 시의적절했다. 3월 방한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공동발표는커녕 만찬도 하지 않고 떠난 것에 비해 펜스 부통령은 2박 3일 체류 동안 굳건한 한미동맹 의지를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2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3월 틸러슨 장관에 이어 이번엔 행정부 2인자를 서울로 보냈다. 짧은 기간에, 그것도 한국 정치 리더십이 공백인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이 서울로 오는 전용기에서 백악관 외교고문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완료와 운용은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말한 것은 미묘한 파장을 일으킨다. 펜스 부통령은 어제 ‘사드 배치는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대선 결과가 어떻든 미국의 한국의 안전 안보에 대한 의지는 철갑처럼 확고하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백악관 고문이란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꺼냈을 리는 없다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이후 ‘미중 빅딜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아무리 혈맹이라도 미국이 한국을 건너뛰는 ‘코리아 패싱’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동맹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태도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한미동맹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미국에 주어야 한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일본은 동맹, 한국은 파트너’로 우리의 격을 낮춘 것을 말실수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반미면 어때’식 외교로 한미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것을 상기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우리 안보의 근간은 한미동맹이다. 그러나 동맹의 우산에 숨어 자강을 소홀히 하는 것은 미국도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