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가 16일 경기도 용인 88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KLPGA 투어 삼천리투게더오픈에서 데뷔 10일 만에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 삼천리투게더 정상…특급 신인의 탄생
3차례 연장 끝에 안시현 꺾고 우승트로피
역대 최단기간 우승…“신인왕 도전” 포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무서운 10대가 등장했다. 19세 박민지가 KLPGA 투어 삼천리투게더오픈(총상금 9억원)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지 10일 만에 우승을 신고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박민지는 지난해 시드 순위전을 8위로 통과한 신인이다. 6∼9일 제주에서 펼쳐진 롯데렌터카여자오픈에서 데뷔전을 치른 지 10일 만에 우승을 차지해 KLPGA 역대 데뷔 최단기간 우승 기록을 작성했다. 2012년 김효주가 세운 2개월 11일을 무려 2개월 1일이나 앞당겼다. 신인으로 KLPGA 투어에서 우승한 38번째 선수이자, 올 시즌 신인 첫 우승이다.
박민지는 국가대표 출신이지만 크게 이름이 알려진 대형신인은 아니었다. 박세리, 신지애의 경기를 보던 아버지 박재기(58) 씨의 손에 이끌려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채를 처음 잡았고, 중학교 시절까지는 평범했다. 고교 때부터 두각을 보였다. 1학년 때부터 성적을 내기 시작해 2학년 때 처음 상비군에 뽑혔다. 3학년 때 국가대표로 발돋움해 그해 세계여자팀아마추어선수권 단체전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KLPGA 정회원을 획득한 뒤 정규투어까지 직행하며 유망주로 눈도장을 받았다.
박민지. 사진제공|KLPGA
이제 갓 프로 새내기지만, 승부근성과 집념은 신인 같지 않았다. 속으로는 심장이 터질 것처럼 떨면서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마인드컨트롤이 돋보였다. 공동선두로 출발해 1타차 3위로 밀려났던 박민지는 “18번홀 티샷을 하기 전부터 떨리기 시작했고, 마지막 퍼트를 할 때는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렸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를 내색하지 않고, 연장에서 선배들을 차례로 꺾고 우승에 성공했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특별한 DNA도 큰 힘이 됐다. 어머니 김옥화(59) 씨는 1984년 LA올림픽 여자핸드볼 은메달리스트다. 박민지는 “외모도, 생각하는 것도 100% 엄마를 닮았다”며 “내가 골프를 시작한 뒤 엄마는 오로지 아침부터 밤까지, 365일 나만 따라다니셨다. 우승해서 조금이라도 보답해드릴 수 있게 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용인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