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북핵 해결에 나서겠다”고 압박하고 나오자 중국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지 1주일도 안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강조하는가 하면 중국 내부에서는 북한의 추가 도발 시 ‘원유 공급 중단’ 등 고강도 제재도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과 북핵 해결’을 연계에 가해오는 잇단 압박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북핵 현안에서 미국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북한 김정은의 도발을 더 이상 방치해 미국의 군사적 대응을 불러올 경우 중국의 한반도 3원칙인 ‘비핵화, 평화와 안전,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3가지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12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이라는 ‘최저선(底線·레드 라인)’을 넘으면 중국은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중 관영 언론이 북한에 대한 송유 중단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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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셩(王生) 지린(吉林)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북한이 핵실험으로 도발하면 중국이 북한에 식량공급 축소와 원유 공급 중단 조치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랴오닝 사회과학원 뤼차오(呂超) 연구원도 “석유 공급 차단과 중국 금융기관을 통한 북한의 외화 차단도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관영 언론이나 중 학자들은 지금까지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도 북한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원유 공급 중단 등은 제재 수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북한 핵과 장거리 미사일이 ‘마지노선을 넘어서려 한다’는 위기감을 중국내에서도 심각하게 인식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미중간 우발적 충돌 및 북중 관계 긴장에 따라 북-중 국경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홍콩 빈과일보는 12일 중국인권운동 단체를 인용해 “인민해방군 북부 전구(戰區))가 11일 4급 전디대비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4급 대비령은 4개 단계 중 최하위 단계로 주변지역에 이상이 생길 경우 긴급 투입을 준비하는 것이다. 홍콩과 일본 언론은 북중 변경지대에 중국군이 증강 배치되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