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센터 최민호(29). 스포츠동아DB
광고 로드중
이기고 난 다음날 아침, 세상의 풍경은 다 예뻐 보이고 마음은 너그러워지는 법이다. 현대캐피탈 센터 최민호(29)는 그 심정이 무엇인지 이제 알 것 같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라고 웃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았음에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프로까지 우승 경험은 거의 없었다. 현대캐피탈의 2016~2017시즌 V리그 우승은 최민호 배구인생의 정점이었다.
현대캐피탈에서 최민호는 조연을 자처한다. 이 팀에 문성민(31) 신영석(31) 여오현(39) 같은 빛나는 별들이 즐비하기에 가려지는 면이 많았다. 그러나 최민호는 “그 선배들 보면 내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내가 잘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팀 리더인 문성민을 돕는데 공을 많이 들였다. 챔피언결정전 우승 직후, 팀 동료들이 둘러싼 가운데 최민호와 문성민의 포옹은 긴 여운을 남겼다. 남자의 눈물이 무엇인지 압축해 보여준 찰나의 순간이었다. “기뻤지만 만감이 교차했다. (문)성민이 형이 고생 많이 했던 것을 곁에서 지켜봤다. 나도 표현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성민이 형은 더하다. 속으로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라.”
광고 로드중
기술적으로 최민호는 현역 최고의 미들블로커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대한항공 에이스 가스파리니를 맨 투 맨 블로킹으로 차단하는 중책을 맡아 결정적 기여를 해냈다. “블로킹은 타이밍, 수읽기, 행운 등 여러 가지가 맞아 떨어져야 된다. (보는 것에 비해) 하나 잡기가 어렵다. 비디오 많이 보고, 실전 중에도 전력분석 코치와 동료 선수들과 정보를 교류한다.” 밖에서는 센터가 후위로 빠지면 리베로와 교대돼 쉰다고 여기겠지만, 코트 밖에서도 노는 것이 아니다.
우승 후 최민호에게는 두 가지 거사가 기다리고 있다. 군입대와 프리에이전트(FA)가 그것이다. 상근 근무가 예정된 병역의무는 입대일자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빨리 가고 싶은 생각이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FA 계약을 해주고, 군대에 보낼 생각이다. 다른 마음 갖기 전에 계약해야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우승으로 최민호의 가치가 정점에 있을 때 배려해주고 싶은 진심이 읽힌다.
FA 시장에 나오면 최대어가 될 수 있음에도 최민호 역시 계산하지 않는 솔직담백한 심정을 꺼냈다. “당연히 이 팀에 남고 싶다. 현대캐피탈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강하다. 이 팀의 환경도 좋고, 최태웅 감독님한테 배울 점도 많다. 다른 팀에 대한 고려는 하고 있지 않다.” 세상일은 모른다지만 FA 선수가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이 열리기도 전에, 원 소속팀 잔류 의사를 밝히는 이례적 팀 로열티를 보여준 것이다.
광고 로드중
천안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