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딛고 막판 스포트라이트 KGC 사익스
KGC의 ‘작은 거인’ 키퍼 사익스가 6일 안양체육관에서 훈련을 앞두고 손가락 3개를 펼친 ‘3점 슛 세리머니’를 보여주고 있다. 작은 키에도 호쾌한 덩크슛이 장기인 사익스는 팀 동료가 3점 슛을 성공했을 때도 같은 세리머니를 하며 축하해 준다. 안양=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시즌 중반만 해도 사익스는 ‘미운 오리 새끼’였다. 그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거쳐 퇴출 통보를 받았다.
“실망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 능력을 입증하고 싶었고 결과적으로 동기 부여가 됐다. 덕분에 훌륭한 감독님, 재능 있는 선수들과 함께 최고의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
프로선수로서의 첫 시즌을 한국에서 보낸 그가 퇴출당할 뻔한 것은 키 때문이었다. 다른 팀 외국인 선수를 상대하기 곤란하다는 게 이유였다.
“시즌 초반 몸 상태가 안 좋긴 했다. 그래도 코트에서는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다. 어릴 때는 키가 더 크기를 바랐지만 지금은 아니다. 더 컸다면 덩크슛을 해도 팬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웃음). 농구는 키로 하는 게 아니다. 작은 키는 내 장점이다.”
KGC 관계자는 “매사에 긍정적인 사익스는 사인과 기념 촬영 등 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많은 선수”라고 전했다. 사익스가 퇴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팬들의 힘이었다.
“잠시나마 우리 팀이 적으로 느껴졌다. 그때 안양 팬들이 보내준 성원은 감동적이었다.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것도 팬들이 지지해 준 덕분이다. 영원히 잊지 못할 팬들에게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다.”
“모비스는 좋은 팀이다. 하지만 KGC는 정규리그 우승 구단이다. 우리 것만 잘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컨디션이 최상인 나도 힘을 보탤 것이다. 6강 PO를 하지 않아 팬들이 잊었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9연승 중이다.”
컨디션이 좋다는 얘기에 챔피언결정전 MVP가 욕심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사익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가 우승을 하면 누군가 받을 것이다. 그것으로 만족한다. 솔직히 사이먼이 받으면 좋겠다. 그는 이번 시즌 올스타에도 뽑히지 못했고 외국인 선수상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없었다면 우리는 1위를 할 수 없었다. 정규시즌 MVP에서 아깝게 떨어진 이정현이 받아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아직 어리다. 챔피언 팀의 일원이 되는 것으로 만족한다.”
안양=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