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상승에 요동치는 대선 판세
원내 5개 정당의 대선 후보가 모두 확정된 첫 주, 대선 지형은 요동쳤다. 예상을 뛰어넘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상승세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맞붙는 양자 구도에선 오차범위를 넘어 안 후보가 이기는 수치가 속속 나왔다. 다자 구도에서도 문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바짝 추격 중이다. ‘5·9 장미대선’을 31일 앞두고 누구도 ‘장밋빛 예측’을 하기 힘든 살얼음 승부에 들어갔다.
○ 안철수의 확장은 현재진행형?
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안 후보의 상승세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안 후보의 지지율은 35%로 지난주보다 무려 12%포인트가 뛰어올랐다. 문 후보는 지난주보다 7%포인트 오른 38%로 오차범위(±3.1%포인트) 내 선두를 유지했다.
안 후보의 확장성은 ‘현재진행형’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안 후보의 호감도는 58%로 문 후보(48%)를 10%포인트 앞섰다. 4일 JTBC가 보도한 여론조사에선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자 중 20.7%가 안 후보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했다. 문 후보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비율은 3.2%였다.
○ 박스권에 갇힌 문재인
문 후보 위기론의 핵심은 여러 정치적 상황 변화에도 지지율이 30%대에 고정돼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난달 둘째 주 한국갤럽의 문 후보 지지율은 32%였다.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이후에도 40%를 넘지 못해 의미 있는 컨벤션 효과를 얻지 못했다. 당내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의 지난주 지지율 합이 22%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소 15%가 문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에게로 달아나버린 셈이다.
‘문 후보 지지층은 단단하다’는 정치권의 평가도 재고(再考)할 여지가 생겼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현재 지지 후보를 앞으로도 계속 지지하겠다’는 응답률은 한국당 홍준표 후보 59%, 안 후보 58%, 문 후보 55% 순이었다. 다만 6일 보도된 서울신문 여론조사 결과 당선 가능성은 문 후보가 62.1%로 안 후보(24.0%)를 크게 앞섰다. 보수층에서도 문 후보 당선 가능성(44.2%)을 안 후보(34.3%)보다 높게 봤다. 안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안 후보 지지층이 막판에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충성도가 약하다는 뜻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 합은 11∼13%가량이다. 홍 후보가 오르면 유 후보가 떨어지고, 유 후보가 오르면 홍 후보가 떨어지는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한국갤럽의 비호감도 조사에서 홍 후보(77%)와 유 후보(58%)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해 표의 확장성도 낙관하기 어렵다.
두 후보가 10% 초반대에서 계속 ‘제 살 깎아먹기’에 나서면 안 후보가 유리할 수 있다. 이길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보수층이 더 급속히 안 후보에게 쏠릴 수 있어서다. 반면 보수 후보가 한 명으로 정리되면 보수층이 재결집해 양강 구도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 현재 유 후보는 “단일화는 없다”고 선언한 상태다. 현재 구도가 계속 이어진다면 의외로 문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단일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영호남 대결 사라지나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兩强) 구도에서 무게중심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는 1차적으론 호남 민심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앙일보 조사에선 다자 구도 시 호남에서 문 후보가 46.0%, 안 후보가 40.6%의 지지를 받았다. 양자 구도에선 안 후보가 49.0%, 문 후보가 47.2%의 지지를 받아 역전됐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문 후보 52%, 안 후보 38%였다. 선거가 본격화하면서 특정 후보로 쏠릴지, 투표 당일까지 이대로 팽팽하게 지속될지 예측이 쉽지 않다.
현재로선 역대 대선의 영호남 대결 구도가 이번엔 반복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1987년 대선 이후 처음으로 영남과 호남에서 모두 1위를 한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