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몬드’로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 영화감독 손원평씨
‘아몬드’의 작가 손원평 씨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이 자라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그렸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아몬드’는 영화감독으로 알려진 손원평(38)의 첫 장편소설이다. 출판평론가 한기호가 평했듯 이 작품은 한국형 영어덜트(Young-adult) 소설이다. “타깃을 생각하고 만드는 영화와 달리 독자의 연령대를 한정 짓고 쓰지 않았어요. 아이와 어른 모두 책을 읽고 위로와 가능성을 발견했으면 합니다.”
소설은 감정표현 불능증에 걸린 소년 윤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감정을 느끼게 하는 편도체를 작게 타고난 그에겐 공감 능력이 없다. 공포, 두려움, 슬픔, 기쁨 모두 소년에겐 학습해야 하는 활자일 뿐이다. 그 대신 소년에겐 무한한 사랑을 주는 두 여인이 있다. 엄마와 할머니다. 편도체가 아몬드 모양인 걸 알고 두 여인은 윤재의 편도체가 커지길 바라면서 미신처럼 삼시 세 끼 아몬드를 먹이고, 희로애락애오욕 7자를 부적처럼 집 안 곳곳에 붙여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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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물을 주고 햇빛을 비추어 인간이 된 윤재, 감수성을 지녔지만 사랑을 못 받고 자라 낙인에 찍혀 살다 ‘괴물’이 된 곤이. 두 소년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소설에선 둘을 얽는 운명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처음엔 친해지기 힘들어 보이지만 둘은 서서히 친구가 되어간다. “친구가 된 두 소년은 변합니다. 서로를 한 번 더 바라봐주고 손 내밀어주고 찾아주고…. 아이들에겐 그게 전부인 거죠.”
작가가 ‘아몬드’를 쓰게 된 건 2013년 봄에 태어난 딸 때문이었다. “아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발가벗겨진 채 태어나요. 몇 시간만 홀로 놔둬도 죽어버리는 존재죠. 그런 아이들이 잘난 인간이 되기도 하고, 비참하게 살아가기도 하고…. 그게 슬펐어요.”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작품 중 곤이를 이해하게 된 윤재의 독백에 담겨 있다. ‘내 머리는 형편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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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