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희귀 영상 3편 공개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모습과 1945년 9월 광복 당시의 상황 담겨
‘서울역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깃발을 들고 서 있다. 성조기와 영국 국기 그리고 중국 국민당 깃발을 든 사람도 있다. 역 앞에 도착한 호주 연합군을 향해 조선인들은 저마다 쥐고 있는 깃발을 흔들며 환호한다.’
광복 직후 서울역광장. 호주 연합군 정보국이 촬영한 영상에 담겨 있다. 한국영상자료원
1930년대 식민지 조선과 광복 직후 경성(京城)의 모습을 보여주는 희귀영상 3편이 공개됐다. 한국영상자료원은 28일 지난해 외국에서 수집한 영상 89편 중 사료적 가치가 높은 3편의 기록 영상을 공개했다. △1930년대 군산 △1935년 조선 기행기 △1945년 광복 직후 조선에 관한 영상이다.
종로 일대를 가로지르던 노면 전차.
일제 곡물 수탈의 거점이었던 1930년대 군산의 모습도 공개됐다. 미국 컬럼비아대 동아시아도서관에서 제공받은 이 영상은 일제 식민지 선전용으로 제작됐다. 영상에는 군산항, 군산 도립의원, 전북 수리조합 군산출장소 등 근대 양식을 따른 건축물이 여럿 나온다.
현대 도자예술을 이끈 3대 도예가 중 한 명인 버나드 리치가 1935년 조선의 울산, 경주, 경성, 금강산 등을 여행하며 제작한 영상도 공개됐다. 현재 울산 중구 ‘문화의 거리’에서 열렸던 읍내장과 경주 불국사, 석굴암 등 문화재를 볼 수 있다. 조선의 전통문양에 관심이 많았던 리치는 처마 선과 문양 등을 확대해 촬영했다.
한국영상자료원 장광헌 수집부장은 “오늘 공개한 3편의 영상은 광복 직후 우리나라 모습과 포로수용소 등의 내용을 상세히 보여준다”며 “근대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