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어제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뇌물수수 의혹의 모든 진상이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은폐됐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민정수석비서관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또한 비리를 막지 못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거론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 전날 또 다른 전직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를 끄집어낸 발언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정 원내대표의 발언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주장을 사실상 되풀이한 것이다. 홍 지사는 그동안 문 전 대표를 향해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막말을 했다. 자신의 ‘성완종 게이트’ 대법원 판결이 유죄가 나오면 “노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자살을 ‘검토’한다니, 이런 수준 낮은 언행을 하는 사람이 어제 한국당 2차 경선 컷오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홍 지사는 ‘자살’이란 표현 대신 ‘극단적 선택’으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의로운 죽음이 아니었다”고 거듭 문제를 삼았다.
정 원내대표가 홍 지사의 주장을 그대로 가져와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싸잡아 비난한 것은 당이 전면에 나서 보수 대 진보의 대립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물론 문 전 대표가 ‘적폐 청산’을 주장하기에 앞서 자기 쪽의 부끄러운 과거부터 되돌아보라는 정 원내대표의 지적은 틀린 말이 아니다. 자기만 깨끗한 척하며 남을 싸잡아 청산 대상으로 모는 문 전 대표와 민주당의 인식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하지만 맞는 말이라도 할 말, 안 할 말은 가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