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운데)가 3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황 권한대 행은 이 자리에서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국정안정과 공정한 대선 관리를 위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치다 않고 판단했 다”고 말했다.[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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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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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월 15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보수계 지지율 1위인 대선후보가 또 사라진 것이다. 보수 지지층은 마음 둘 곳이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린 셈이다. 그동안 10% 안팎을 오가던 황 권한대행의 지지층이 어느 후보로 옮겨갈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로 수혜를 볼 대선주자로는 4명이 꼽힌다. 범여권에서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범야권에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거론되는 것. 이들은 황 권한대행 지지층을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따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따라잡을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홍준표냐 유승민이냐 황 권한대행의 대선 불출마 선언 직후인 3월 1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준표 지사 지지율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여론조사 때 3.6%였던 지지율이 15일 조사에서는 7.1%로 급등한 것. 홍 지사는 황 권한대행 지지층의 32.4%를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많은 표를 끌어들인 안희정 지사(14.6%)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주로 자유한국당 지지층과 보수층, 60대 이상 등 강성 보수층이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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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의원도 전주 대비 1.7%p 오른 4.8%를 기록했다. 유 의원은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오랫동안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 결정으로 파면되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두를 앞뒀다는 점에서 유 의원에게 씌워졌던 배신자 프레임이 걷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 의원이 배신해 박 전 대통령이 어려워진 게 아니라, 박 전 대통령 자신이 문제였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지금까지 유 의원 지지율이 억눌려 있던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을 만든 TK(대구·경북) 유권자들이 그를 ‘배신자’라고 외면했기 때문”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 TK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에 내세울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유 의원을 다시 보기 시작한다면 지지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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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높지만 범야권이 똘똘 뭉쳐 ‘문재인 대세론’을 떠받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4월 20대 총선에서 확인된 ‘문재인 비토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다자구도에서 30% 이상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도 안철수 전 대표와 양자 가상대결에서 문 전 대표 지지율이 50%를 넘지 못하는 것은 거꾸로 우리 국민 사이에 문재인 비토 정서가 50% 가까이 된다는 얘기도 된다. 황 권한대행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민주당 경선주자인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세가 두드러지리란 예상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문재인 비토 정서는 범야권 내부에도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범여권 지지층 사이에서 더 크다. 3월 둘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별 대선후보 지지율을 살펴보면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의 12%가 안 지사를 지지했다. 그에 반해 문 전 대표 지지율은 5%에 그쳤다.
3월 15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안 지사가 TK와 60대 이상 연령층의 지지를 일부 흡수하면서 3주 만에 15% 선을 회복했다. 문 전 대표는 37.1% 지지율로 2위 그룹보다 20%p 앞섰지만 황 권한대행 지지자의 1.6%만 끌고 와 여전히 표의 확장성에 의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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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권한대행의 대선 불출마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또 한 명의 주자는 안철수 전 대표다. 범야권 후보이면서도 중도와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거부감이 덜하다는 점에서다. 문재인, 안희정 등 민주당 대선주자의 집권은 범여권 지지층 처지에서는 여야 정권교체로 인식된다. 안 전 대표의 경우 범야권 주자이긴 하지만 문재인 등 민주당 주자들과 견제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그가 집권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잡을 적임은 안철수?안 전 대표는 3월 15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지역별로는 TK·PK·충청, 연령대별로는 40대 이상, 지지 정당별로는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등 이른바 보수층에서 폭넓게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 권한대행 지지층의 11.6%를 흡수했다.
이처럼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폭넓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안 전 대표에게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 전 대표가 보수와 중도 지지층 사이에 퍼져 있는 ‘Anybody but Moon(문재인만 아니면 누구나 괜찮아)’ 정서를 효과적으로 파고들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가 넘어야 할 관문이 만만치 않다. 국민의당 경선에서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을 꺾어야 하기 때문. 현장 투표 80% + 여론조사 20%라는 경선룰은 안 전 대표에게 불리할 수 있다. 만약 안 전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손 전 의장을 크게 압도하지 못할 경우 80% 비중인 현장 투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국민의당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김상진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는 “황 권한대행에 쏠려 있던 옛 여권 지지층이 안 지사와 안 전 대표에게 눈길을 줄 수 있지만, 두 사람 모두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한계”라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 지지층이 민주당과 국민의당 경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 두 후보를 지지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다. 김 교수는 “만약 안희정, 안철수 두 주자가 각각 당내 경선을 통과한다면 황 권한대행을 지지했던 옛 여권 지지층이 가세하면서 본선 경쟁력을 높이는 기폭제 구실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