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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진보 독주의 대선판, ‘대타’에 눈길 돌리는 보수

입력 | 2017-03-17 00:00:00


자유한국당이 어제 예비경선 후보자 등록을 마감했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인제 전 경기지사, 원유철 의원 등 9명이 등록을 마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폐족(廢族·벼슬할 수 없는 족속)을 자처해도 모자랄 한국당에 대선 주자는 어느 당보다 넘쳐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박근혜 동정론’에 호소하고 있다. 대놓고 ‘박근혜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이도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출마를 접으면서 진보로 확 기울어진 대선판에서 보수 유권자는 누구를 지지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당은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당명을 바꾸고 신장개업했지만 ‘박근혜 보수’와 결별하지 않았다. 탄핵 이후 당내 친박(친박근혜) 세력이 재결집 움직임이 보이자 뒤늦게 지도부가 징계를 경고하고 나섰지만 여전히 ‘박근혜 동정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습이다. 당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기대를 걸었다가 출마 명분도 없는 황 권한대행에게 매달렸던 한국당이다. 이젠 황 대행 불출마로 반사이익을 보게 된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의지하는 처지가 됐다. 홍 지사도 헌재의 탄핵 결정에 대해선 “여론재판” “민중재판” 운운하며 박근혜 동정론에 기대기는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94명 원내 제2당의 현주소다.

원내 32석의 바른정당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보수’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독립해 나왔지만 여전히 ‘배신자 프레임’을 걷어내지 못하면서 대안의 보수정당으로서 새로운 길을 보여주지 못한다. 천안함 폭침 7주기를 앞두고 안보정당 이미지 구축에 나섰지만 여전히 보수 유권자의 관심 밖이다.

이처럼 두 보수정당이 지리멸렬하다보니 여전히 30%를 상회하는 보수 성향 유권자는 자신을 대변할 정당도, 후보도 찾지 못하고 있다. 보수층이 대거 투표를 포기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러니 ‘박근혜는 싫고 문재인은 불안하다’는 보수층이 최선(最善)도, 차선(次善)도 아닌 차악(次惡)이라도 골라보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나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수와 진보의 균형이 깨진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하지만 지금의 보수정당엔 기대를 걸기가 어렵다. 보수 궤멸의 책임도 얼버무리고 보수 재건의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 당장의 연명을 위해 과거와 단절하지 못하는 보수에 미래는 없다. 진보도 눈앞에 유리하게 전개된 대선구도에 들떠 ‘보수 대청산’을 외치며 안보 불안감이나 자극하다간 뜻밖의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 아직 대선은 50일 넘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