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2차 토론회
“기득권자들이 문재인 후보에게 대규모로 몰리는 것 같다. 일종의 기득권 대연정 아닌가.”(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기득권자 일체를 다 타도 배제하자는 것으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갈 수 없다. 재벌 개혁으로 재벌 경쟁력을 높여줘야 한다.”(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서로에 대한 예의 지키자. 상대를 친재벌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은 민주당 한솥밥 먹어온 동지적 우애를 깎아먹는다.”(안희정 충남도지사)
○ 대기업 준조세 폐지 두고 文-李 정면충돌
후보들이 정면충돌한 이슈는 재벌 개혁이었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가 대기업 준조세(약 16조4000억 원) 금지법을 주장했다가 ‘말 바꾸기’를 했다고 지적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 시장은 “대기업 준조세 중 법정 부담금(약 15조 원)을 없애면 국민 부담이 늘어난다”며 “정치권이 억강부약(抑强扶弱·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줌) 정신으로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데, 강자 편을 들면 어떡하나.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에게 ‘친재벌 성향’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이에 문 전 대표는 “법정 부담금은 (폐지하는 게) 아니라고 이미 말씀드렸는데, 이 시장의 질문이 유감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최순실 게이트의 삼성 사례처럼 재벌이 뜯기는 돈(준조세)이 얼마나 많나. 그런 걸 일절 없애겠다는 취지라고 정리하자”고 반박했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의 답변이 길어지자 “A를 물으면 A라고 답을 달라”고 채근했다. 답변 시간이 거의 끝나갈 즈음 이 시장의 공격이 진행되자 문 전 대표는 발끈하며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며 해명 시간을 달라고 사회자에게 요구했다. 결국 중재에 나선 사회자가 문 전 대표에게 추가 시간을 부여해 두 주자 간의 대치가 마무리됐다.
안보 토론은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이 시장을 협공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문 전 대표는 이 시장에 대해 “주한미군 철수를 (각오)하고서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자고 이야기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이 시장은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주둔비를 2배 올리겠다고 하니, 최악의 경우를 각오해서라도 당당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지사가 “사드를 한미일 군사동맹의 중국 봉쇄전략이라고 확정적으로 말해 놀랐다”고 하자, 최성 경기 고양시장은 “찬반을 강하게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정치 지도자의 태도가 애매하고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압박하는 것이다”며 “민주당 후보들이 중국은 경제 제재 멈추고 미국은 서두르지 말라는 공동 입장을 내자”고 즉석 제안을 했다. 하지만 안 지사는 “제안을 절대 받기 어렵다”며 “미국의 입장을 생각해야 하고, 미중 모두에 ‘어느 편이냐’고 코너에 몰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최 시장은 대연정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은 지금 이 순간에도 헌정 파괴를 일삼고 있는데, 한국당과의 대연정 제안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안 지사를 겨냥했다. 이 시장은 “발목잡기를 피하려 온몸을 내줄 수 없다”며 대연정에 거듭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야권 연합정부 구성을 통한 ‘촛불 대연정’을 주장했다.
안 지사는 “현실에서 어느 하나의 법안도 통과 못 시키고 있지 않으냐. 한국당이 좋아서 그러는 게 아니다”며 “의회정치의 가장 강력한 다수파와 대통령 협치를 통해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게 대연정 제안의 본질”이라고 반박했다.
문 전 대표는 “적폐 청산에 동의하는 야권과 연정이 가능하고, 생각을 달리하는 정당과도 대화와 타협을 하는 정치를 해 나가겠다”며 여야정 국정협의체 상설화를 제안했다. 1차 토론회에서 한국당과 바른정당을 “적폐 대상”이라고 주장했던 것보다 유화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안 지사 측은 토론회 종료 후 “문 전 대표가 안 지사의 대연정에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다 이제 와서 말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열띤 토론이 끝나고 문 전 대표는 “이 정도 긴장감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치열하게 하고 끝이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어떤 경우든 동지적 연대를 상실하지 않도록 전 토론을 이끌 계획이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