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방침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USTR는 1일(현지 시간) 공개한 ‘2017년 무역정책 의제’에서 “한미 FTA로 인해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가 2배 이상 증가했고 이는 미국인이 기대한 결과가 아니다”라며 한미 FTA를 포함한 기존 협상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때부터 예견돼 온 ‘미국 우선주의’의 보호무역 정책이 마침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USTR가 한미 FTA ‘재협상’을 직접 언급하거나 당장 재협상을 요구한 건 아니라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안일한 대응이다. 336쪽에 이르는 방대한 USTR 보고서를 보면 미국이 FTA 재협상 요구안에 대한 검토를 이미 끝냈다고 판단해야 옳다. USTR의 무역정책 의제가 매년 나오는 연례 보고서라 해도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며 무대응 전략으로 나가겠다는 것은 공직자의 자세를 의심케 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9일 국회에서 “현재 실무 레벨에서 한미 FTA가 양쪽에 다 윈윈이라는 점을 설득하면서 대응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거짓이었단 말인가.
유 부총리는 트럼프 정부 출범 전인 1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선제적으로 알리기 위해 방미했으나 당선자 측 관계자를 만나지 못한 채 귀국한 바 있다. 경제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못 해 ‘무대응이 상책’이라는 황당한 방침을 강조하는 게 아닌지 의문이다. 유 부총리가 17, 18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을 만난다 해도 한미 FTA 재협상 문제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할 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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