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붕괴]수학영재학원 강사의 고백 초5 되면 교과 대비 선행학습… 학습부담 짓눌려 영재가 둔재로
“아무리 수학영재라고 해도 ‘생각하는 수학’만 해서는 학교 성적이 안 나와요. 초등학교 5학년부턴 선행과 연산, 문제 반복풀이가 핵심입니다. 제대로 된 영재교육을 해볼 수 없으니 정말 안타깝죠.”
서울 강남 지역 유명 수학영재학원 출신 강사 K 씨는 수학영재 사교육 실태를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했다. 이 학원은 수학영재학원이 몰려 있는 강남에서도 여러 지점을 둘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이른바 ‘레벨 테스트’를 통해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아이들만 입학을 허용하며, 주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 원생이다. 원생들은 모두 강남 지역 아이들로, ‘영재원 혹은 향후 과학고나 영재고 입학’이라는 비슷한 목표를 가진 학부모의 자녀들이다.
처음 수학영재학원에 온 아이들은 일명 ‘사고력 수학’이라고 불리는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수학교육을 받는다. 유치원생 시기나 초등 저학년 시기에 온 아이들은 영재교육 취지에 부합해 이런 교육을 받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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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강남 지역 수학영재학원에서는 초2 과정부터 초등영재교육원 입학을 목표로 하는 특별반을 운영한다. 그는 “특별반 아이들은 초5 때 중학교 과정을, 중1 때 고교과정을 끝낸다”며 “같은 학원이라도 대치동 지역 진도가 가장 빠르고 원장과 팀장의 재량에 따라 선행을 더 빨리 빼기도 한다”고 말했다.
K 씨는 “잘하는 아이일수록 엄청난 학업 부담에 시달린다”며 “문제풀이 분량이 어마어마해 때로 내가 정신적으로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자괴감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그는 “학부모 상담 때 ‘그만 시키시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 말을 차마 할 수 없는 게 가장 괴롭다”고 전했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