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서버 두고 3년간 500억 챙겨… 30대 무직-일용직 등 5명 구속
무더위를 견디며 에어컨을 수리했다. 취객들의 욕설을 참으며 식당 서빙도 했다. 하지만 좀처럼 돈이 모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근근이 다니던 일자리도 잃었다. 김모 씨(31)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중학교 친구 B 씨(31)가 연락을 했다. 그리고 동업을 제안했다.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 크게 ‘한탕’ 할 수 있다. 불법이지만 잠깐만 하고 그만두면 된다.”
김 씨는 거절하지 못했다. 그리고 친구와 함께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만들었다. 사이트 이름은 ‘라이프 벳(life bet)’. 인생을 베팅한다는 뜻이다. 친구의 제안에 인생을 걸었던 김 씨는 3년여 만에 범죄 피의자 신세가 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도박장 운영 등)로 국내 총책 김 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중국 지역 총책 B 씨를 비롯해 달아난 공범 9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3년 9월 중국 산둥(山東) 성에 도박사이트 서버를 설치해 운영했다. B 씨는 도박사이트 운영을, 김 씨는 자금 관리를 맡았다. 올 2월까지 3년 4개월간 누적 판돈은 약 1조200억 원. 수익은 500억 원이 넘었다. 김 씨 등은 평소 알고 지내던 선후배를 끌어들였다. 이들은 일용직이나 식당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다 김 씨처럼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특히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에 개입했거나 온라인도박을 하다 적발된 피의자 4명 중 3명 이상이 청년층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사이트로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일부 청년들 사이에 퍼져 있다”며 “검거된 뒤 ‘교도소 한 번 들어갔다 오면 되지 않냐’며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청년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동혁 hack@donga.com·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