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2심서 족쇄 풀려… 대선 출마 시사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이날 홍 지사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성 전 회장에게 돈을 받아 홍 지사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홍 지사는 무죄 선고를 받은 뒤 “맑은 눈으로 재판부가 판단을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홍 지사는 “나는 성완종을 모른다”면서도 “나의 업보”라고 했다. “검사와 정치인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공격했고 그 공격이 부메랑이 돼 나한테 돌아왔다”는 것이다.
홍 지사는 대선 출마를 두고 “지금 대통령 후보로 나와 있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마치 슬롯머신 기계 앞에 앉아 10센트를 넣고 100만 달러를 기대하는 모습”이라며 “대란대치(大亂大治)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대선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배포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에서는 “대란대치의 지혜를 발휘해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현재 후보들보다 자신이 적임자라고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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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법원 최종심이 남은 상황에서 홍 지사가 대선에 뛰어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검찰은 “홍 지사의 측근들이 금품수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홍 지사는 모르는 일로 하자’고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한 통화 녹음도 있다”고 상고할 뜻을 내비쳤다.
홍 지사가 자유한국당 내 친박(친박근혜)계와 불편한 관계인 점도 변수다. ‘친박 표심’ 흡수가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홍 지사는 이날 “박근혜 정부 4년을 견디는 게 DJ(김대중), 노무현 10년보다 더 힘들었다”며 “일부 ‘양박(양아치 같은 친박)들’하고 청와대 민정이 주도해 내 사건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가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려면 검찰 기소와 함께 이뤄진 ‘당원권 정지’가 풀려야 한다. 최종심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징계 처분을 정지할 수 있어 홍 지사의 출마 여부는 지도부 손에 달린 셈이다.
송찬욱 song@donga.com·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