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사일 폐기조약 위반” 항의 美인근 공해에 정보수집함 띄우고… 흑해선 미 함정에 군용기 근접 비행 CBS “러 무력시위, 냉전복귀 신호”
러시아가 미국의 반대에도 신형 지상 발사 순항미사일(크루즈미사일)이 자국 내 배치를 강행하고, 흑해에서 전투기들을 미 구축함에 근접 비행시키는 등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친(親)러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대(對)러 제재 완화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와의 내통 혐의로 사퇴한 상황에서 미국의 대러 정책을 떠보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최근 신형 지상 발사 순항미사일인 SSC-8 2개 대대 분량을 극비리에 남동부 기지 등에 배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 보도했다. 러시아가 배치한 새 순항미사일은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대부분을 사거리 안에 둔다. 미국은 1987년 사거리 500∼5500km의 지상 발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보유, 실험, 배치를 금지하는 중단거리 핵미사일 폐기조약(IRNFT) 위반이라며 항의했지만 러시아는 배치를 강행했다.
나토는 15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만나는 자리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나토 측은 “유럽 안보를 지키는 핵심 열쇠인 중단거리 핵미사일 폐기조약을 어긴 러시아에 나토 동맹국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러시아는 조약 위반에 따른 어떠한 군사적 이익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14일에는 러시아 정보수집함 SSV-175가 미 동부 델라웨어 해안에서 113km 떨어진 대서양 공해상에서 포착됐다. 2015년 4월을 마지막으로 미 영해 인근에서 자취를 감췄던 이 함정은 첨단 장비를 통해 미국의 정보 교신 신호를 가로채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러시아의 군사적 강경 행보가 이어지면서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미국 안에서 나오고 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시험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CBS 방송도 “냉전 복귀의 신호”라고 전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