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대학생서 모험가 변신 이우찬씨
멕시코 국경을 출발한 지 160일 만에 4285km를 걸은 끝에 태평양 능선 종주 트레일 캐나다 국경 종점에 선 이우찬 씨. 이우찬 씨 제공
스물여섯 살 대학생 이우찬 씨(전북대 무역학과 휴학 중)가 최근 2년 사이에 도전해 이룬 성과다. 그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이라고는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가본 중국이 전부였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겁 많고 숫기 없어 남들과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하고 무대 공포에 공황장애까지 겪던 가난한 집안의 외아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한 해 50차례나 강연하고 ‘일단 부딪쳐 보자’는 정신으로 무장된 ‘젊은 모험가’로 변신했다.
○ 소심한 대학생에서 모험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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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지난해 ‘악마의 코스’로 불리는 PCT를 완주했다. 5월 2일 멕시코 국경 지역인 캠포를 출발한 지 160일 만에 캐나다 국경 매닝파크에 도착했다. 이 씨의 극한 도전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처음 8명으로 계획했던 팀은 예산 문제로 2명으로 줄었다. 사진작가 황재홍 씨(26)가 유일한 동행이었다. 후원요청서를 들고 수많은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정치인을 찾아다녔다. 전북대 총동문회와 지도교수의 소개로 알게 된 유지들의 후원, 크라우드 펀딩으로 경비 1000만 원을 겨우 마련했다. 걷기 첫날 무릎과 근육 통증으로 출발지로 되돌아와야 했다. 이미 미국 대륙을 자전거로 횡단한 그였지만 초등학생 키만 한 배낭을 메고 하루에 10시간씩 산악지형 30∼40km를 걷는 것은 쉽지 않았다.
땀에 젖은 몸을 4, 5일 동안 씻지 못하고 끝없이 달려드는 모기떼를 쫓는 일은 그나마 견딜 만했다. 텐트 밖에 놔둔 배낭을 밤중에 곰이 물고 가 갈기갈기 찢어 놓기도 했고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발목이 부어올라 서 있기조차 힘든 상황이 됐을 때는 돌아갈까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사막지역을 지날 때 낮에 영상 40도를 넘던 기온은 밤이면 영하로 곤두박질쳤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외로움과 그리움이었다. 가족과 여자친구가 보고 싶어 밤에 텐트에서 홀로 눈물짓기도 했다.
○ ‘매 순간 행복해지자’
앞서 이 씨는 2015년 5월 미국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6000km를 60일 동안 자전거로 횡단했다. 비상금 100만 원만 들고 무작정 떠난 첫 배낭여행이었다. 비행기표와 자전거는 국내 한 여행사와 자전거 업체의 후원을 받았다. 함께 갔던 친구가 중간에 건강이 나빠져 귀국하면서 수많은 난관과 외로움을 혼자 해결해야 했다. 그러나 자전거 여행 중 만난 현지 주민과 모험가들은 한결같이 그를 도와줬다. 집에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고 텐트를 치라며 마당을 내주기도 했다. 미국 자전거 횡단을 마친 뒤에는 러시아로 건너가 서쪽 끝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동쪽 끝 블라디보스토크까지 1만1000km 자동차 횡단에 나섰다. 중간에 큰 교통사고가 나 바이칼 호수 부근 이르쿠츠크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무엇보다 철저한 준비와 안전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된 기중한 기회였다. 그는 올해 그동안의 모험을 책으로 정리해 펴낼 계획이다. 여행 정보보다 도전 과정에서 느낀 단상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 낼 생각이다. 고교와 대학을 찾아 강연도 계속할 계획이다. 청춘들에게 도전의 소중함과 성취의 희열을 전하고 싶어서다. 그는 불러주지 않으면 기획안을 들고 직접 학교와 청춘들의 공간에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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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복학해 학교를 마친 뒤에는 비행기 조종사에 도전할 계획이다. 조종사가 최종 목표가 될지는 자신도 잘 모른다. 그래도 일단 꿈을 향해 달려가기로 했다. 매 순간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