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글로벌 수출시장서 고전
중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수출 국가들이 점유율 1위 품목을 빠르게 늘려가는 반면에 한국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을 늘리지 못하는 데 그치는 정도가 아니라 일부 품목에서는 경쟁 국가에 1위를 내주고 있다.
12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낸 ‘세계 수출시장 1위 품목으로 본 우리 수출의 경쟁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은 총 1762개다. 중국은 유엔의 세관통계 데이터베이스(UN Comtrade)에 집계된 주요 국가 중 가장 많은 1위 수출 품목을 보유했다. 중국의 1위 품목은 2013년 1569개, 2014년 1634개, 2015년 1762개로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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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이 1위를 내놓는 품목은 여러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2014년 한국이 1위였던 품목 중 17개는 2015년 순위가 역전돼 중국, 미국, 일본, 과테말라에 1위를 내줬다. 눈다랑어, 합성스테이플섬유 직물, 가스배관용 파이프라인 등은 중국에 1위를 내줬다. 철강재 관, 축전지 등은 미국에 밀렸다. 톨루엔, 프로필렌 등 화학제품은 일본에 1위를 빼앗겼다.
그나마 독일이 1위를 지키고 있었던 선박추진용 엔진이나 콘크리트 펌프, 중국이 1위였던 철강재 저장조와 탱크 등의 부문에서는 한국이 2015년에 1위를 차지해 품목 수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한국이 점유율 1위인 품목들도 2위 국가에 바짝 추격당하고 있다. 중국, 미국, 독일, 일본 중 한 나라가 2위이면서 한국이 1위인 경쟁 품목 40개 중 16개는 점유율 격차가 5%포인트도 채 되지 않았다. 예컨대 300L 이상 철강재 저장조 탱크는 한국의 점유율이 10.6%, 중국 점유율이 10.4%로 그 차가 0.2%포인트에 불과했다.
2015년 조사에서 한국이 1위인 품목 68개 중 17개는 중국이 2위였고, 9개는 미국, 8개는 독일, 6개는 일본이 2위로 추격하고 있다. 중국이 대부분의 품목에서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화학제품, 일본과 독일은 화학 및 철강제품에서 한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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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 무협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한국 기업은 연구개발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해 수출 상품을 차별화하고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미국-중국 통상 분쟁 등 대외 변수를 극복할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