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가 청와대 거부로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특검은 대면조사를 다시 추진할 계획입니다. 매거진D는 박 대통령의 자서전을 분석해 그 ‘해법’을 찾아봤습니다.
2월 9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가 청와대 거부로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특검은 다시 추진할 계획입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국정농단사건의 정점인 대통령을 직접 만나 조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대리인단 입장 표명, 인터넷TV 인터뷰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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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방적인’ 해명에 의문은 더 커졌습니다. 특검이 대면조사를 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진상을 규명하자는 겁니다. 헌정 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 대면조사. 과연 박 대통령에게 필요한 태도는 뭘까요. 지금껏 박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밝혀온 태도가 아닐까요?
대면조사의 쟁점은 크게 5가지. 매거진D는 자서전을 분석해 박 대통령이 취해야 할 자세를 찾아봤습니다.
쟁점1 뇌물수수 혐의
박 대통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도와주는 대가로 삼성에서 뇌물(재단 출연, 최순실씨 회사 계약, 정유라씨 승마지원비 등)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엮어도 억지로 엮은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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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욕과 이기심이 없었다면 뇌물수수 혐의를 부인하기보다 적극적 해명을 해야할 것입니다.
쟁점2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혐의
세월호 7시간 동안 대통령이 업무를 제대로 보지 않는 등 국민을 보호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여성 대통령이 아니면 비하(세월호 7시간 시술의혹 등)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각자가 매일매일 책임을 완수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평소에는 잘 깨닫지 못하기 쉽지만
조그마한 책임의 소홀로 폭발사고와 같이 수많은 이웃을 희생시키는 경우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새마음의 길’ 91쪽,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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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3 직권남용 혐의
박 대통령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하고, 주요 공직에 최순실씨 입맛에 맞는 인사를 고용했다
박 대통령은 “개인과의 정실에 치우쳐 인사권을 남용한 적 없다. 블랙리스트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권력은 칼이다. 큰 권력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지만 정작 그 큰 권세를 가장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그것을 소유한 당사자이다. (…) 그 칼을 마구 휘둘러서 쌓여지는 원망, 분노, 복수심 등은 되돌아와 그의 목을 조른다.”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 75쪽, 1993
권력이란 ‘칼’을 가진 대통령이라면 직권남용 혐의를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쟁점4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혐의
최순실 씨가 청와대 연설문 등 기밀 문건을 받아보며 국정을 농락하게 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 일부 의견을 물은 적 있으나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생각 한 번 일으킨 것, 말 한마디 한 것이 행동의 흔적을 남기고, 그것은 후에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비슷한 행동을 하도록 영향을 남기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듣는 ‘업’이라는 것이다.” ‘결국 한 줌, 결국 한 점’ 68쪽, 1998
박 대통령의 말처럼 사람은 비슷한 행동을 하기 마련입니다. 이같은 ‘업’을 인정하고
과거를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쟁점5 언론의 자유 침해 혐의
‘정윤회 문건’ 보도에 대한 보복으로 세계일보 경영진을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세계일보 등을 상대로 언론 자유를 침해하려 한 적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번 권력의 맛을 본 사람은 그 권력을 잃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한다. 권력의 소중함은 국민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런 권력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남용되었을 때 그 결과는 추악했다.”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 147쪽, 2007
그것이 설령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의도가 없었더라도 권력유지를 위한 방편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박 대통령의 자서전에는 지도자 자질에 대한 성찰이 많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 부러워하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 해도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는커녕 오히려 사회에 해를 끼치고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어 제발 좀 물러나 주었으면 좋겠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다. 어떤 사회, 어떤 분야에서든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그 거대한 전체가 조화롭게 움직이는 데 기여하는 것,
자기 몫을 다하는 것. 그것이 봉사요, 이웃 사랑이요. 살아가는 의미일 것이다.”
‘내 마음의 여정’ 49쪽, 1995
예정된 대면조사를 갑작스레 취소한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응하는 것은 ‘자기 몫을 다하는 것. 그것이 봉사요, 이웃 사랑이요. 살아가는 의미일 것’입니다.
기획·취재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기획·디자인 강부경 기자 bk092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