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66층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메타폴리스 단지 내 상가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4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 발화 지점은 4층 건물의 3층에 자리한 어린이놀이시설(뽀로로파크)의 철거 현장으로 현장 작업자 2명과 다른 가게의 직원과 손님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놀이시설 철제 구조물 절단에 사용한 용접기의 불꽃이 주변의 가연성 소재로 옮겨붙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해 현장(264m²)에 비해 많은 사상자를 낸 동탄 화재는 재난방재시스템의 후진성을 또 한번 일깨웠다. 놀이시설 특성상 스티로폼 같은 가연성 소재를 많이 사용한 데다 미로 같은 복도가 굴뚝 역할을 하면서 유독가스가 대량으로 빠르게 확산된 것이 인명 피해에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다. 대피 안내방송과 경보음이 제때 울리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으니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무엇보다 철거 과정에서 안전수칙을 지켰는지도 의문이다. 2008년 8명이 사망한 서이천물류창고, 2014년 9명의 목숨을 앗아 간 고양터미널 상가의 화재도 용접 작업이 원인이었다. 이후 용접이 끝날 때까지 화기 감시자 배치 등 산업안전보건법을 강화했으나 바뀐 안전 매뉴얼만 내려보냈지 사후관리는 허술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화재는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의 방재 대책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극명하게 보여 줬다. 불이 상가 건물에서 발생하긴 했어도 자칫 초고층으로 불이 번졌다면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곳 상가 중 39곳이 법정 소방시설 점검에서 소방법 위반 사실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