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문화관광해설사 우에노씨
일본 출신의 결혼이주여성 우에노 하루미 씨가 전남 해남군 앞바다에서 관광객들에게 임진왜란 당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을 가장 존경한다는 우에노 씨는 10년간 해남군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하고 있다. 해남군 제공
우에노 씨는 해남에 살면서 임진왜란과 명량대첩, 이순신 장군을 처음 알았다. 일본에서 알지 못했던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책과 드라마 등을 통해 접하고 공부하며 가장 존경하게 됐다. 그는 25일 “이순신 장군이 안 계셨다면 조선이 없을 것이다. 조선이 없었다면 대한민국도 없고 남편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은 이런 울돌목의 특성을 이용한 전술의 성과로 유명하다. 선조 30년(1597년) 판옥선 12척으로 왜선 133척을 맞아 싸워 적선 31척을 격파한 게 명량대첩이다. 울돌목은 빠른 바닷물이 해안에 부딪혀 요란한 울음소리같이 들려 명량(鳴梁)으로도 불렸다.
우에노 씨가 울돌목의 특징과 명량대첩을 설명하면 대부분의 관광객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어 그는 명량대첩 해전사 기념전시관에서 명나라 황제가 이순신 장군에게 하사한 것으로 알려진 참도와 영패 곡나팔 등 모조 팔사품(八賜品·보물 제440호)을 소개한다. 충무공 팔사품으로 불리는 8가지 물건의 진품은 경남 통영시 충렬사에 있다.
우에노 씨는 설명에 앞서 관광객들에게 “나는 일본 출신으로 해남에서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이라고 반드시 소개한다. 나중에 해설사가 일본인인 걸 알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어서다. 최근까지도 일부 관광객은 “명량대첩을 설명하는 사람이 하필 일본인이냐”며 불쾌해하거나 자리를 떴다. 2014년에는 관광객 한 명이 해남군에 항의민원을 제기했다. 당시 우에노 씨도 ‘행여 다른 사람들도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닐까’ 걱정하며 해설을 그만둘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해남군 직원들과 가족의 격려 덕분에 다시 용기를 내 해설을 계속하고 있다. 해남군 문화관광과 직원 최모 씨(34·여)는 “해설 능력이 아니라 일본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만두게 하는 건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해남=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