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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3 올해 1만4000명 감원… 대우조선 해법은 손도 못대

입력 | 2017-01-26 03:00:00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 회사에서 올해 1만4000명을 감원한다. 여기에 독(dock) 등 자산을 파는 몸집 줄이기도 추진된다. 감원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한 구조조정 규모를 돈으로 환산하면 4조 원에 달한다.

 정부는 25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업종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각 부처는 이 방안을 액션플랜(실행계획) 삼아 4대 취약업종(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의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경영 부실이 가장 심각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매각 해법을 여전히 마련하지 못해 ‘무늬만 구조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조기 대선 가능성을 의식해 민감한 사안들을 후순위로 미뤘다. 이 때문에 이날 나온 대책 대부분이 지난해 발표했던 로드맵 내용의 동어 반복이라는 지적도 있다.



○ 올해 4조원 규모 자구안 이행

 

정부는 우선 조선 3사가 올해 말까지 4조 원 규모의 자구안을 이행하게끔 할 계획이다. 이 회사들은 지난해 6월 마련한 10조3000억 원의 자구안 중 80% 이상을 올해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조선 3사는 1만4000명의 인력을 추가로 줄인다. 지난해 감원한 인력(7000명)보다 2배 많은 규모다. 자산 매각도 더욱 속도를 낸다. 대우조선해양은 사실상 생산설비를 제외한 모든 자산을 처분하게 된다. 2000억 원 규모의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땅과 급식업체 웰리브 등 자회사 5곳을 매각하는 게 핵심이다.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 등 비핵심 계열사를 매각하고 삼성중공업은 호텔과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사옥 등 부동산을 팔아 여유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내년 말까지 조선 3사에서만 독 7개와 인력 2만 명을 줄인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 등은 조선 3사를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3월 말까지 결정할 방침이다. 급격한 인력 구조조정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수주난 완화를 위해 정부는 상반기(1∼6월)에 1조5000억 원 규모의 군함 2척을 발주할 계획이다.



○ 부실 선사 배 매입해 자금난 ‘숨통’

 한진해운 법정관리 돌입으로 물류대란을 불러왔던 해운업종에 대해서는 6조5000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한국선박회사(1조 원), 캠코선박펀드(1조9000억 원), 글로벌 해양펀드(1조 원) 등 국책금융기관이 운용하는 선박펀드 자금이 투입된다.

 특히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선박회사와 캠코선박펀드 등은 부실 선사의 배를 매입해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선사들의 자금난에 숨통을 틔울 계획이다. 캠코선박펀드의 지원 규모는 연간 2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한국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을 통한 글로벌 해양펀드는 부산신항 한진터미널 인수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종 구조조정은 후판 등 공급 과잉 품목의 생산설비를 줄이는 데 방점이 찍혔다. 회사들의 사업 재편을 유도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연간 1279만 t을 생산할 수 있는 현재 국내 철강업계의 생산설비가 수요에 비해 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128만 t 규모의 포스코 1고로는 폐쇄하고, 가동 중단 상태인 41만 t 규모의 합금철 설비는 매각된다. 김종철 산업통상자원부 철강화학과장은 “냉연·도금 등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품목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 간의 설비 인수합병(M&A)을 적극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 “다 나왔던 내용, 민감한 조치는 빠져”

 하지만 이 같은 액션플랜이 지난해 나온 가이드라인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예상 가능한 수준의 정책들만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금융IT학과)는 “해운업에 대한 6조 원대 금융지원 패키지와 철강업 사업 재편 등 지난해 회의에서 나왔던 내용에서 진일보한 대책이 없다”고 꼬집었다. 조선 3사가 이날 지난해 실적보다 2배 높은 목표를 내놨지만, 지난해 실적 목표 달성률이 37%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 빅3’ 체제에 메스를 대는 민감한 방안은 결국 차기 정권으로 넘어가게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조선 3사의 경쟁력을 살려 핵심 역량을 높이면 시황 회복기에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 대두 등으로 글로벌 교역이 당분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런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기업의 생사(生死)에 대한 결정을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 시기에 추진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당국이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를 후순위로 미뤄두면서 경영 상태가 비교적 괜찮은 나머지 2개 회사의 회생마저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권 교체기여서 누구도 총대를 메지 않으려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세종=천호성 thousand@donga.com /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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