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도움 선두 전자랜드 박찬희
이번 시즌 전자랜드로 둥지를 옮긴 박찬희가 도움 1위를 달리며 새롭게 농구에 눈을 떴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런 변신의 비결은 코트 안팎에서 꾸준히 자신의 패스를 분석하고 연구한 덕분이다. 경기 도중 동료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는 박찬희.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프로농구 전자랜드의 ‘야전사령관’ 박찬희(30)의 노트다. 지난 시즌까지 KGC에서 뛰었던 그는 전자랜드로 팀을 옮긴 이번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경기나 훈련 도중 자신이 패스한 상황을 떠올리며 이를 꼼꼼하게 분석하는 ‘패스 일기’를 쓰고 있다. 자신이 강사나 지도자가 된 것으로 가정하고 가상의 청중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것은 그 내용을 오래도록 명확하게 기억하기 위해서다.
20일 안방인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팀 훈련을 할 때도 박찬희는 패스를 받으려는 동료들의 무게중심이 어느 쪽으로 이동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이를 바탕으로 동료들의 몸이 나아가려는 방향으로 공을 던져 주는 연습을 반복했다. 역방향으로 패스를 하면 동료들이 공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수가 나올 때마다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박찬희는 “프로에 들어와 자리를 잘 못 잡다 보니 나 자신의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실력 있는 포인트가드가 되기로 결심하고 패스에 심취하게 됐다”고 했다.
박찬희는 “예전에 국가대표팀에서 (조)성민(kt)이 형이 내 패스를 받고 3점슛을 넣더니 ‘굿 패스다. 어떻게 이런 환상적인 패스를 하느냐’며 엄지를 세워 보여준 적이 있다. 그 기억 때문에 패스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웃었다.
“상대 선수 5명이 정상적인 수비 형태를 갖추면 도움 기회가 잘 안 난다. 그래서 속공 기회 등에서 빠르게 패스해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상황을 많이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 그의 요즘 관심사다. 그는 “내가 리바운드를 잡으면 곧바로 도움 연결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상대의 슈팅 궤적을 보고 리바운드가 어디로 떨어질지 계산까지 하면서 수비 리바운드에도 적극 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나 깨나 패스 생각’을 하고 있는 박찬희 덕에 5위 전자랜드는 선두권 추격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인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