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행장은 “국내 은행권은 이런 상황에서 ‘이익의 함정’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대출 등 자산을 확대할수록 이익도 늘어났지만 이제는 비용만 증가할 뿐 이렇다 할 성과를 얻기 어렵다는 얘기다. 은행이 그동안 추구해온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한편으로는 비대면 거래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모든 경계를 무너뜨리고 기존 영역을 파괴하고 있다. 사실상 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는 게 김 행장의 진단이다.
김도진 행장
김 행장은 임기 중 달성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중소기업금융 강화’를 제시했다. 창업 및 성장 초기 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금융 지원을 통해 성장 사다리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김 행장의 생각이다.
김 행장은 “핀테크 등 디지털 금융을 선도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양적 성장 중심의 업무 방식과 이자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바꾸는 등 체질을 개선하려면 핀테크,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시장 개척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행장은 자회사와의 시너지 강화와 일하는 문화 혁신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자회사와의 시너지 강화는 기업은행의 균형성장을 위해 꼭 달성해야 할 목표다. 고객의 다양한 금융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은행업 외에도 증권, 자산운용 부문의 성장이 함께 따라와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확대도 기업은행이 당면한 과제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11개 국가에 27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자산은 전체의 3.0%, 이익은 7.1% 수준이다.
2025년까지 20개국 165개 네트워크로 늘리는 게 기업은행의 중장기 목표다. 이를 통해 은행 전체 이익의 20%를 해외에서 내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우선 캄보디아, 베트남 등 성장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지역 진출을 추진한다. 또, 점포별 특성을 반영한 신사업모델을 발굴하고 선진국 수준의 내부통제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김 행장은 인재 등용에도 변화를 줄 생각이다. 그는 “능력과 열정만으로 인재를 등용해 형식보다 실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과 ‘고객’도 김 행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상이다. 그는 올해 첫 영업일에도 시무식 대신 그가 첫 지점장을 맡았던 인천 원당지점을 찾았다. 김 행장은 직원들에게 “언제나 고객 중심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어떠한 어려움에도 편법이 아닌 정도를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