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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이유종]노르웨이 국부펀드

입력 | 2017-01-24 03:00:00


이유종 디지털통합뉴스센터 기자

 세계 최대 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가 굴리는 돈은 천문학적 수준인 1000조 원. 올해 한국 정부 예산의 2.5배이며 국가 총부채와 비슷한 규모다. 노르웨이는 이 돈을 전 세계 9000여 개 기업 등에 투자한다. GPFG는 지난해 영국 광업기업 앵글로아메리칸에 “경영진이 상여금으로 주식을 과하게 받을 수 있다”며 급여 체계 개편을 요구했다. 정도경영(正道經營)이 더 큰 수익을 낸다고 봤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피보디에너지, 아치석탄, 알파천연자원 등 53개 석탄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했다.

 노르웨이는 세계 3대 천연가스, 5대 석유 수출국이다. 1969년 북해 에코피스크유전에서 석유가 발견된 뒤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산유국들은 흔히 부정부패, 일부 계층의 이익 독점 등으로 오히려 경제를 망치는 ‘자원의 저주’를 겪는다.

 반면 노르웨이인들은 현명했다. 본업인 조선업, 수산업, 임업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석유, 천연가스 관련 사업을 별도로 키우며 가파른 경제성장을 일궈냈다. 노르웨이에 매장된 석유는 50년, 가스는 100년 뒤면 고갈된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다.

 노르웨이는 1990년 막대한 석유 수익금을 대를 물려 후손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국부펀드를 만들었다. GPFG는 전 세계 주식, 채권, 부동산에 투자한다. 펀드 운용은 모두 공개한다. 재무부, 노르웨이중앙은행은 운용의 적절성 등을 철저하게 감시한다. 수익금은 쉽게 사용할 수 없다. 정부도 임의로 사용 목적을 변경하거나 빼내 쓸 수 없도록 법을 만들었다. 투자수익 이내에서 연금, 정부예산 등 공공 분야에만 쓰도록 해 기금이 줄지 않는다. GPFG는 2008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1998∼2015년 평균 수익률 5.6%를 기록했다. 저유가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2015년에도 수익률 2.7%를 기록했다.

 GPFG는 확고한 투자 철학을 가지고 있다. 2006년 윤리위원회를 만들어 아무리 수익률이 높아도 무기, 인권침해, 부패, 환경파괴 등과 관련된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2015년 8월엔 환경오염을 이유로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과 포스코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인도네시아의 아열대 산림을 팜오일 농장으로 바꿀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까다로운 투자 원칙 덕분에 GPFG는 국부펀드들이 사들인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는 ‘국부펀드 디스카운트’를 겪지 않고 있다.

 기금 550조 원의 국민연금공단은 공공성 독립성 등 5대 원칙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원칙은 2015년 7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논란에 빠졌다. 연금공단 수장은 이와 관련해서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원칙에 따른 투자, 기금 운용, 주주권 행사가 아쉬운 대목이다.

 외위스테인 올센 GPFG 이사회 의장은 “우리의 임무는 미래 세대를 위한 금융자산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2060년이면 바닥을 드러낼 국민연금이 미래 세대를 위한 원칙과 철학을 갖춘 GPFG를 본받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유종 디지털통합뉴스센터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