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4강 주재 한국대사와 유엔대사를 긴급 소집해 대책회의를 했다. 박근혜 정부가 4강 대사 회의를 긴급 소집한 것은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글로벌 질서의 격변이 예고된 것이 언제인데 취임을 불과 4일 앞두고 이제야 4강 대사를 불러 벼락치기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점이 우선 실망스럽다.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 주변 정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위기의식에서 소집된 회의였지만 고위 외교 당국자들의 안이한 현실 인식만 확인시켰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대응책은 미국과의 동맹 강화, 북핵 공조 강화, 중국과의 관계 개선 노력 등 하나 마나 한 선언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연초부터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을 향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나 한일 위안부 합의 등과 관련해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발신해야 했음에도 ‘다각적 중국 설득’이나 ‘한일관계 유지 발전’ 같은 모호한 표현으로 입장을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어제 “우리 외교는 새로운 지각변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중심에서 새로운 도전,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선제적,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외교평론가가 아닌 장관이면 무엇을 어떻게 선제적, 전략적으로 대응할 것인지를 말해야 옳다. 윤 장관이 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박근혜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를 원칙 없이 오간 탓에 중국으로부터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의 가장 ‘약한 고리’로 낙인찍혀 사드 배치 철회 공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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