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겠습니다/이나가키 에미코 지음/김미형 옮김/204쪽·1만2800원·엘리 ◇지키겠습니다, 마음/김종달 지음/276쪽·1만4000원/웨일북
‘지키겠습니다, 마음’의 삽화. 저자는 자신에 대해 “원치 않는 야근과 회식에 유배되는 정신없는 일상의 고비마다 품 안으로 달려드는 딸아이의 뽀뽀로 내일 살아갈 힘을 얻는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썼다. 웨일북 제공
우리 사회에서 직업 관련 문제는 대다수 구성원에게 무엇보다 무겁고 민감한 사안이다.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해 고민하는 독자의 눈길을 끌 제목의 책들임에 틀림없다. 게재 예정 기사 목록을 본 회사 후배가 “내용이 어떠냐”고 메신저로 물어오기도 했다. 완독 후 그에게 할 수 있게 된 답은 “인터넷으로 덜컥 주문하기 전에 서점에 가서 꼼꼼히 살펴본 뒤 결정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거울을 들이대듯 마음을 뜨끔하게 건드리는 부분도 적잖다. 일상의 헛헛함과 피로를 달래겠다는 핑계로 분수에 맞지 않는 과소비의 쾌락에 취해 있던 저자는 예상 못 했던 지방 전근을 계기로 “이렇게 멍한 채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서는 안 돼!”라는 위기의식을 얻는다. 그의 고백이 때로 한심하고 어수룩해 보이는 건 그만큼 자신의 사연을 벌거벗다시피 솔직하게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의 경제성장기가 구성원의 자립이 아닌 의존을 낳은 게 아닐까 고민한다. “회사에 의존하지 않는 자신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비로소 일 본연의 기쁨이 되살아난다. 그런 기쁨이 조금씩이라도 늘어야 ‘회사 사회’에서 ‘인간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그가 닿은 결론이다.
저자들은 같은 시대의 과제를 함께 고민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이다. 각자의 처지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공통점을 드러내지만 책을 기술한 방향은 두 사람의 처지만큼 크게 갈렸다. 두 책 모두 꽉 짜인 조언보다 솔직한 빈틈이 정겹게 읽힌다. “언젠가 회사를 졸업할 수 있는 자신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 그 길에 확실한 정답이 없다는 것을 누구나 더듬더듬 깨달아 가고 있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