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체벌 전면 금지
선수들 사이에선 여전히 체벌 존재 의심
폭력은 결코 실력 향상에 도움되지 않아
지난 연말 우울한 소식 하나가 스포츠계로부터 전해졌다. 농구국가대표 출신의 유명인이 폭력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이었다. 혐의 내용도 가볍지 않다. 골프채, 하키채 등으로 피해자를 상습 폭행했다.
지난해 초에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역도선수가 후배를 때려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혔다는 소식이었다. 태도 불량이 그 이유였다. 비슷한 사건은 빙상 종목에서도 있었다. 역시 선배가 후배를 폭행했는데, 후배가 무리하게 추월을 시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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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좀더 합리화된 이름이 체벌(體罰)이다. 사랑, 훈련, 훈육 등의 목적으로 벌을 가하는데, 신체에 대한 물리적 폭력을 동원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시절도 있었다. ‘죽이든 살리든 사람만 만들어주세요’, ‘군대 가서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 등 30년 전에는 이런 이야기가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아무도 그에 대해 이의를 달지 않았다. 법률도 학교 내 폭력, 특히 운동부 내 폭력에는 관대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폭력으로 인해 부상을 당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의 관행과 ‘체벌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성(理性) 사이에서 타협이 필요했다. 그러자 학교에선 교칙 등으로 체벌의 기준을 명확히 했다. ‘길이 30cm 이하, 지름 1cm 이하의 둥근 재질로 된 나무 막대기로 살이 많은 부위를 10회 이하’와 같은 것이 그 예다. 물론 ‘최후의 수단으로, 반드시 교육적 목적으로’이라는 제한도 함께였다. 엄격한 기준을 지켰다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었다.
지금은 어떨까. 현재는 위와 같은 체벌의 기준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 대신 시·도 교육청 별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 체벌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제6조에서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학생은 체벌, 따돌림, 집단 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물리적 및 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운동선수라고 예외일 순 없다. 운동선수이기 전에 학생이고, 사람이다. 체벌이라는 이름으로 일정 부분 합리화됐던 폭력이 존재할 여지가 전혀 없게 됐다. 그럼에도 운동선수들 사이에선 여전히 체벌이 존재한다는 의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폭력은 전염되고, 학습돼서 또 다른 폭력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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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의견도 있었다. ‘나도 후배 시절에 많이 맞아봤다. 말로 타이르고 주의를 주는 것은 누구에게나 한계가 있다. 이유 없이 폭력을 가했다면 안타깝겠지만, 맞을 짓을 했으면 맞아야 한다. 요즘 후배들은 행복한 줄 알아야 한다. 선배 욕하기 전에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부터 생각해보라’라는 주장이었다. 어느 얘기가 맞을까.
박지성 선수 아버지의 말이 대답이 되지 않을까. ‘가끔 지성이가 이런 말을 해요. 만약 내가 맞지 않고 축구를 배웠다면 지금보다 훨씬 축구를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폭력은 권위를 세우는 데도,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데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양중진 부장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