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집 펴낸 여성학자 박혜란씨
가수 이적의 어머니로도 알려진 여성학자 박혜란 씨. 그는 “늙었다고 꿈도 꿀 수 없고 장기적 목표도 세울 수 없다고 좌절할 게 아니라 오늘을 열심히 살면 되겠다는 생각에 책을 썼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kjk5873@donga.com
55세에 ‘나이듦에 대하여’, 64세에 ‘다시, 나이듦에 대하여’란 수필집을 발표했던 여성학자 박혜란 씨(71). 가수 이적의 어머니로 잘 알려진 그가 ‘오늘, 난생처음 살아보는 날’이란 제목의 세 번째 ‘나이’ 이야기를 펴냈다.
이 책도 앞선 책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사를 다룬 경쾌한 글 속에 남녀의 성 문제에 대한 촌철살인을 담고 있다. 전기밥솥 하나 다룰 줄 모르면서 삼시세끼 거한 밥상을 바란다는 둥 남편을 ‘묵사발’로 만드는 위트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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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그 순간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오늘 하루하루는 난생처음 맞는 날이잖아요. 그 하루를 열심히 살면 더 좋은 내일이 오겠죠. 늙었다고 꿈도 꿀 수 없고 장기적 목표도 세울 수 없다며 좌절할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오늘을 열심히 살면 되겠단 생각으로 세 번째 책이름을 지었어요.”
실제 박 씨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고 했다.
20대 때는 공부 연애 직장생활로, 전업주부가 된 30대에는 세 아들을 키우느라, 40대에는 늦깎이 공부를 시작해 바빴고, 50, 60대에는 여성학자로 강단과 사회를 누볐다. 그러나 이 중 무엇 하나 계획한 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여성학 전공도 어느 날 신문을 보다 관련기사를 보고 우연히 알게 됐다”며 “뭐가 되자고 한 게 아니라 주어진 오늘에 최선을 다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어느덧 인생의 황혼에 도착한 노학자는 누가 봐도 다복해 보였다. 탄탄한 명성, 든든한 남편, 교수 가수 드라마PD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세 아들. 나이가 엇비슷해 서로 돈독한 손자 손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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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책에서 ‘우리 모두 페미니스트로!’라고 주장한다. “여성학은 사랑과 상생의 학문이에요. 남자든 여자든 성별의 틀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도록 도와주죠.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자식과 배우자가 떠난 뒤 삶의 의미를 잃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에요. 내 삶의 의미를 나와 나의 오늘에 두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