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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카페]“미국 신화를 부숴라” G2 중국의 자신감

입력 | 2017-01-09 03:00:00

왕원 ‘초조한 미국’




 중국은 불과 몇 년 전까지 덩샤오핑(鄧小平)이 생전에 충고한 ‘도광양회(韜光養晦·재주를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의 자세를 버리지 않고 미국과의 실력 차이를 인정해왔다. 하지만 2010년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된 이후 “우리가 미국에 뒤질게 뭐 있느냐”고 자신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2년 11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는 집권한 이후 ‘서로 싸우지 않는 대국 간 관계’를 맺자면서 ‘신형대국관계’를 제시하며 양국 간 대등한 관계를 강조했다. 최근에는 중국이 항공모함 시위를 벌이면서 “2030년경에는 항모 전력도 미국과 비슷할 것”이라며 미국 추월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우익 성향 신문인 관영 환추(環球)시보의 평론 및 논설위원 등을 지내다 ‘런민(人民)대 충양(重陽)금융연구원 집행원장’을 맡고 있는 왕원(王文) 연구원의 ‘초조한 미국(美國的焦慮·사진)’은 중국 국력의 상승에 따라 미국을 보는 중국 학자의 시각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하는 책이다.

 왕 연구원은 무엇보다 미국이 전후 세계 질서를 주도하고 특히 미소 냉전에서 승리한 것이 미국의 시장 및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가진 특징 때문이라는 분석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일축한다.

 그는 미국이 민주국가를 대표한다는 전제부터 문제 삼았다. 1787년 ‘연방헌법’ 기초에 참여한 인물 상당수는 지주, 노예·농장 소유주 등이었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건국 이래 말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지만 많은 민중의 손이 아닌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좌우된 국가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지난 200여 년간 ‘굴기(굴起·떨쳐 일어남)’한 것은 체제의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유럽 대륙이 전쟁에 빠졌을 때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19세기에만 유럽 대륙에서 최소 8차례 큰 전쟁이 났지만 미국은 별다른 영향 없이 오히려 공업화를 가속화하고 국제무역의 혜택을 누렸다는 것이다. 20세기에도 두 차례의 세계 전쟁으로 독일 소련 일본 중국 등 잠재적 경쟁 국가들이 국력이 피폐한 시기에 미국은 패권을 차지했고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이를 유지하는 체제로 이득을 취했다는 설명이다.

 왕 연구원은 또 미국이 체제 때문에 굴기했다면 같은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최근 약 20년간은 왜 침체에 빠졌느냐고 반문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내부에서 개혁의 방향을 얘기할 때 미국 체제를 본받아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아직 세계 제1강국이지만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 분야도 많다며 공업 생산, 무역량 등을 예로 든다. 아직 가장 차이가 큰 것은 금융과 군사력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렇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종이호랑이’ 미국이 많은 문제점을 나타낸 것에 비해 중국이 성공적으로 극복한 것을 보면서 “중국인들의 미국 신화는 당연히 부서져야 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중국이 갈 길은 미국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탈(脫)미국’, 즉 미국이 가지 않은 길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왕 연구원은 ‘초조한 미국’과 관련해 중국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과거 소련과 일본이 급성장할 때 대처하는 방법을 찾았으나 중국에 대해서는 아직 억제할 결심을 하지 못하고 방법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폴 케네디 교수의 저서 이름처럼 ‘강대국은 흥망한다’는 논리가 있지만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말해줘도 미국의 많은 학자와 관리들은 중국의 굴기에 초조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