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선개입’ 싸고 충돌 격화 정보기관들 “푸틴, 개입작전 지시” ‘트럼프 親러 성향’ 지적하기도 트럼프, 러 개입 사실은 인정… “대선 결과에 영향 없었다” 강조
트럼프는 7일 트위터에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 어리석은 이들이나 바보들만 그게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러시아는 지금보다 훨씬 우리를 존중할 것”이라며 “두 나라는 아마도 세계의 많은 중대하고 긴급한 문제들과 이슈 중 일부를 함께 풀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대(對)러 관계 개선 메시지는 국가정보국 등 정보기관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선 개입을 공식화한 뒤 나왔다. 정보기관들은 6일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의회 지도부에게 보고한 기밀해제 보고서에서 “푸틴이 지난해 미국 대선을 겨냥한 작전을 지시했다고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의 목표는 미국의 민주화 과정에 대한 대중의 믿음을 훼손하고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헐뜯고, 그녀의 선출 가능성과 잠재적 대통령직을 손상하는 것”이라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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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예상보다 강도 높은 정보기관의 해킹 사건 보고서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여전히 대선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6일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 등 정보기관 수장들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뒤 성명에서 “러시아와 중국, 다른 나라들, 외부 단체와 개인들이 지속해서 우리 정부기관들과 기업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를 포함한 기관들의 사이버 인프라를 뚫으려 했다”고 처음으로 러시아 개입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외국에 의한 사이버 공격이 투·개표기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선 결과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며 “우리 정부든, 기관이든, 협회든, 기업이든 우리는 사이버 공격들을 분쇄하고 막을 것이다. 취임 90일 안에 그 계획을 만들 팀을 임명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새로운 미-러 관계는 11일 ‘푸틴 친구’로 알려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상원 인준청문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코 루비오 등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틸러슨 후보자의 친러 성향을 문제 삼으며 ‘칼날 검증’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최측근이자 새 행정부의 안보 컨트롤타워인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10일 수전 라이스 현 국가안보보좌관과 미국의 향후 외교 정책을 놓고 워싱턴에서 맞짱 토론을 벌일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