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중남미 순방길 美경유… 뉴욕은 방문 못해 트럼프 면담 무산 中 견제로 美동부는 ‘금단의 땅’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 “(차이 총통이) 7일 휴스턴, 13일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 중남미를 오간다”고 전했다. 차이 총통이 지난해 12월 2일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한 뒤 일각에서는 뉴욕 경유설이 제기됐다. 이후 차이 총통 일행이 미 동부를 경유하되 뉴욕은 가지 않는다는 설이 나왔다가 아예 동부지역마저 우회한다는 것이다.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 이래 역대 대만 총통은 비행기 중간 급유 등을 이유로 미 본토에 들르면서 최대한 수도 워싱턴 등 동부지역을 우회하는 굴욕적인 ‘눈치 보기 외교’를 펼쳐왔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반한다며 대만 지도자들의 미국 경유에 반발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도 ‘총통을 동행 취재하는 대만 언론은 미 영토 내 총통 활동은 보도할 수 없다’는 ‘보도 준칙’까지 만들어 적용해 왔다.
반중파인 국민당 리덩후이 전 총통은 1994년과 1997년 등 두 차례 미국을 거쳐 갔지만 본토가 아닌 하와이를 경유했다. 그가 1995년 6월 개인 자격으로 비자를 받아 모교인 코넬대를 방문하자 중국은 보복 조치로 대만해협에서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리다오위(李道豫) 주미 중국대사를 만나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함이 없다는 다짐을 해야 했다.
반중 독립 성향의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은 2006년 5월 미국이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알래스카를 경유하라고 하자 이를 거부했다. 그 대신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을 거쳐 오갔다. 가고 오는 데 각각 24시간과 37시간이 걸렸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