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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푸틴, 보복 유보한 건 똑똑한 결정” 노골적 두둔

입력 | 2017-01-02 03:00:00

새해 벽두부터 워싱턴 정가와 충돌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해킹 의혹과 관련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초강경 대(對)러 제재에 나선 이후 새해 벽두부터 ‘트럼푸틴’(Trump+Putin·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워싱턴 기성 정치권이 힘겨루기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러시아의 해킹 의혹을 비호하자 오랫동안 러시아를 주적(主敵)으로 여겨 온 워싱턴 정가는 트럼프의 푸틴 감싸기를 맹비난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자들과 만나 “내가 해킹에 대해 잘 아는데 이를 증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며 해킹을 기정사실화한 연방수사국(FBI) 등 정보기관에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냈다. “대량살상무기 사례를 보라. 재앙이었고 틀렸다”며 2003년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기관의 잘못된 보고로 이라크 침공이 결정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난 (해킹 의혹과 관련해)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상황을 확실히 알 수 없다”고 말한 뒤 ‘알고 있는 게 뭐냐’는 질문엔 “화요일(3일)이나 수요일쯤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트럼프가 해킹 의혹과 관련해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만나겠다고 한 날이어서 이번 조치에 대한 추가 입장 표명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어떤 컴퓨터도 안전하지 않다. 중요한 게 있으면 옛날 방식으로 종이에 직접 써서 배달시키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미국은 (해킹 의혹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줄곧 푸틴을 감싸왔다. 30일 트위터에는 “(오바마와는 달리 주러 미국 외교관들을 추방하려다 그만둔) 푸틴의 보복 유보 조치는 훌륭한 결정이다. 나는 그가 매우 똑똑하다는 것을 언제나 알고 있었다”고 칭찬했다. 미-러 갈등 상황에서 푸틴 편을 든 것이다. 주미 러시아대사관은 이 글을 리트윗하며 트럼프와의 ‘2인 3각’ 행보를 과시했다.

 트럼프의 노골적인 ‘러시아 감싸기’ 행보에 의회는 초당적으로 대러 제재를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러 제재 행정명령을 트럼프가 취임 후 뒤집기 어렵도록 이 조치를 법률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벤 카딘 의원은 31일 성명에서 “의회가 행정부의 러시아 제재를 넘겨받아 계속 진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달 5일 러시아 해킹 의혹에 대한 청문회를 열고 트럼프를 압박할 예정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데다, 무엇보다 미 대선 개입 해킹 의혹이 자신의 정치적 정통성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의회로 상징되는 워싱턴의 파상 공세를 일축할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은 더 많다. 워싱턴포스트는 “‘적의 적은 동지가 될 수 있다’는 게 트럼프식 논리인 만큼 트럼프가 같은 당인 공화당 의원들과도 의견을 달리한 채 푸틴 편에 서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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