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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연의 트렌드 읽기]지칠수록 더 편안한 쉼을 찾는 일상

입력 | 2016-12-30 03:00:00


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

 수년간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 덴마크. 이 나라 사람들의 삶의 태도인 ‘휘게(hygge)’가 큰 주목을 받았다. 휘게란 덴마크어로 편안함, 따뜻함, 안락함을 뜻하는 단어로 함께한다는 느낌, 평등, 화목, 따스함을 포함하여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의미한다. 영국 사전출판사 콜린스가 ‘브렉시트’, ‘트럼피즘’(트럼프 열풍)에 이어 올해의 단어 3위로 휘게를 꼽았다.

 휘게에서 중요한 것은 쉼이다. 긴장을 풀고 쉬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 4명 중 3명은 시간 부족을 느끼고 10명 중 8명은 피곤하다고 답했다. 특히 학업이나 직장생활에서 오는 물리적 시간 부족보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과 압박, 불안감에서 오는 심리적 시간 부족이 훨씬 많았다. 낮에는 일하느라 바쁘고, 집에서는 좋은 엄마 아빠의 역할을 해야 하고. 자기 관리까지 철저히 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이런 추세를 포착해 영화관에서는 평일 낮 시간대의 좌석을 활용해 잠자리를 제공하는 ‘시에스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편안한 침상, 수면 용품, 어두운 조명, 적은 소음을 통해 편안함을 제공한다는 것. 최근 주목받았던 ‘혼자를 세우는 시간’이라는 전시회는 준비된 재료로 직접 나만의 동굴을 만들고 그 안에서 혼자만의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전시 기간 무제한 방문이 가능하며 그 안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 있도록 했다.

 이제 쉼은 중요한 삶의 의식과도 같다. 휴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은 잠깐의 낮잠도 제대로 즐기고자 노력한다. 집에서 제대로 쉴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집 같은 편안함을 제공하는 공간을 찾는다. 백화점에서도 층별로 카페를 마련하거나 매장 안에 카페를 입점시킬 정도로 쉴 공간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편안함을 기대하지 않았던 빨래방이나 옷가게도 카페를 만들고 있다.

 휘게족이 추구하는 행복은 밝고 경쾌한 기쁨보다는 편안한 상태를 뜻하는 안녕(安寧)에 가깝다. 지쳐 가는 대한민국에 휘게 라이프는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