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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현우]4당체제 大選전략의 핵심은 정당정체성

입력 | 2016-12-26 03:00:00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회는 교섭단체 간 의사일정 및 주요 사안 합의에 따라 운영된다.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정당만이 국회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을 나온 비박계 의원들이 27일 개혁보수신당이라는 당명으로 교섭단체 등록을 하면 교섭단체가 4개가 된다. 13대 국회에서 1990년 민자당으로 3당 합당 이전까지 4개의 정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한 이후 26년 만에 4당 체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4당 체제는 과거와는 정치 환경과 정당의 속성이 완전히 다르다. 이전 4당 체제는 선거의 결과다. 따라서 유권자의 결정에 따른 절차적 정통성을 가졌다. 지역주의에 뿌리를 둔 4개 정당은 지배지역에서 절대적인 정치 지지를 누렸다. 그 시절 정당들은 보스 정치인을 중심으로 높은 응집력을 과시했다.

 이번의 4당 체제는 비박계 새누리당 의원들의 탈당에 따른 결과이며, 과거 3김처럼 정당을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거물 정치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어 정당들의 정치적 위상은 물론이고 존속 여부마저도 안심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당들의 고민은 공고한 지지층이 사라졌다는 사실에서부터 출발한다. 여전히 지역주의는 중요한 변수지만 이전보다 약화되었을 뿐 아니라 지역주의에 의존해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

 앞으로 국회에서 4개의 정당이 어떻게 협력과 대립을 할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각 정당들도 대선과 연계해 최선의 전략이 무엇인지 골몰하고 있을 것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정당의 정체성이다.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반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정당들의 정책적 정체성은 불분명하다. 정당들은 구체적인 국가 운영의 로드맵이 포함된 정체성을 밝혀야 한다. 새누리당이 쪼개진 상황에서 선명 보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국민이 얼마나 믿을지 모르지만 새누리당도 국민이 원하는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비박계 중심의 개혁보수신당은 당명에 보수개혁이 포함되어 있으니 당연히 개혁을 기치로 내세울 것이다.

 국민 눈에는 야당들의 정체성도 모호하다. 정당들의 대권 주자 영입전략을 보면 거물 정치인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는 태도다. 좋게 보면 정당의 개방성이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 대선 경선 과정의 흥행을 위한 유명 정치인의 영입이라는 속셈 뻔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을 따름이다. 상대적으로 비교해 볼 때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새누리당을 제외하고는 모두 진보이며, 안보 영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진보라는 방향성 정도가 국민이 알고 있는 정보의 전부다.

 이제까지 선거는 정책이 결정한 선거가 아니었다. 지역주의나 집권당의 실정(失政)에 기댄 선거 전략이 가능했던 것은 거대 양당이 국민의 지지를 독점했기 때문이다. 정치인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정치의 시대도 지났다. 이제 정치 지형의 본질이 바뀌었다. 4당 체제는 국민의 선택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경쟁의 심화뿐 아니라 국민의 요구가 까다로워졌다. 정당이 정책에 기반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대선 승리를 위한 최소 조건이다. 촛불집회를 통해 탄핵을 이끌어낸 국민은 더 이상 정치냉소주의에 빠져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대권에 도전한다면 그의 국가 운영 비전이 검증의 핵심이 될 것이다. 국민의 관심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이미 과거 업적이나 행적에 기초해서 뽑은 대통령에게 배신을 당해 봤기 때문에 국민은 다음 대선에서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